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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모음

마음에서 넘치는 것을 말하는 법이다

by 동쪽구름 2020. 6. 21.

주일미사를 시작하며 바치는 고백 기도는 “생각과 말과 행위로 죄를 많이 지었으며…”라는 구절로 시작된다. 생각은 말로, 말은 곧 우리의 행위로 이어진다는 의미일 것이다.

 

목적이 있어 생각을 하기도 하지만,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떠오르는 생각들도 있다. 이런 생각들을 이리저리 굴리다 보면 조금씩 커지고 무거워져 어느 순간 마음으로 뚝 떨어진다. 일단 마음에 들어온 생각은 언젠가는 말이 되어 나가고, 그 말은 결국 행동으로 이어진다.

 

말과 글이 넘쳐나는 세상이다. 누구 말을 들어야 하고, 어떤 글을 믿어야 할지 판단하기 어렵다. 이제는 글뿐 아니라 말도 쉽게 지울 수 없다. 철없던 시절에 소셜 네트워크에 남겨 놓았던 글에 발목을 잡히거나, 누군가와 비밀스럽게 나누었던 말이 공개되어 곤란을 겪는 일들을 보게 된다.

 

우리 집 뒷동산에는 이런저런 들꽃이 피고 있다. 그동안 내린 비로 파랗게 돋아난 풀들 사이로 오렌지색, 꽃들이 한창이다. 군데군데 꺼멓게 말라버린 해바라기들이 흉측한 모양을 하고 있다. 그 모양새가 보기 싫다고 아내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몇 년 동안 자란 해바라기는 거의 나무 수준이다. 쉽게 뽑히지 않는다. 톱으로 잘라야 할 판이다. 그 곁에 새로 난 작은 것들은 비 온 후 부드러워진 흙 덕에 쉽게 뽑힌다. 생각과 말과 행위도 이와 같아 오래된 생각이나 버릇은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

 

생각이 악행으로 이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는 몇 번의 기회가 있다. 먼저 생각의 단계다. 부정적인 생각, 나쁜 생각은 빨리 없애버려야 한다. 생각을 없애려면 생각하기를 멈추어야 한다. 생각은 떠올릴 때마다 커져만 간다. 흉측하게 커져버린 생각은 마음으로 내려간다. 마음에 내려온 생각은 뿌리를 내리기 전에 얼른 뽑아 버려야 한다. 마음에 두고 있으면, 점점 힘을 얻어, 결국 말이 되어 나오게 된다. “말이 씨가 된다” 는 말처럼, 한 번 말해버린 것은 이루어지기가 쉽다. 그러니 잘못된 말은 얼른 주어 담아야 한다. 그 말을 들은 사람을 찾아가 잘못된 말임을 알리고 바로 잡아야 한다.

 

좋은 일도 생각에서 시작된다. 좋은 생각이 떠오르면 잊어버리기 전에 얼른 적어 놓아야 한다. 자주 그 생각을 하며 키워나가야 한다. 마음에 두고 힘을 실어주어야 한다. 그 뜻을 이루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들에게 말로 전달해 주어야 한다. 그래야 좋은 생각이 결실을 맺게 된다.

 

첫사랑을 떠올려 보라. 마음에 둔 사람을 생각하며 몇 날 며칠 밤잠을 설쳤던가. 썼다가 찢어버린 편지는 얼마나 많았던가. 그러나 그에게 “네가 좋아”라고 말하는 순간, 짝사랑은 첫사랑으로 변하지 않았던가.

 

대부분의 자기 계발 관련 책자를 보면, 매일 아침 거울을 보고 자신에게 긍정적인 말을 하라고 한다. 말로 해야 행동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그러니 꼭 하고자 하는 일, 이루어졌으면 하는 일만 말하는 것이 좋다. 남을 욕하고 흉보며, 남의 말을 주어와 이리저리 옮기는 일은 우리 삶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도리어 해가 된다.

 

“마음에서 넘치는 것을 입으로 말하는 법이다.” (루카복음 6:45) 마음에 담아 둔 것이 결국 말이 되는 것이다. 

 

우리집 뒷동산에 핀 야생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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