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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삼수 끝 우승

by 동쪽구름 2020. 10. 31.

2017, 2018, 그리고 2020년, 삼수 끝에 다저스가 마침내 월드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32년 만이다. 내게도 의미 있는 우승이 되었다. 88년, 다저스가 마지막으로 우승하던 해에 딸아이 세미가 태어났다. 그 아이가 어른이 되고 결혼을 하여 2020년 딸아이 하린이를 낳았다. 그리고 다시 다저스가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2020년 야구 시즌 개막을 앞두고 다저스는 우승 후보군 선두에 자리하고 있었다. 금년은 다저스에게는 매우 특별한 해였다. 7월에 열리는 올스타게임이 새로 단장한 다저스 구장에서 열리게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찾아온 코로나. 시즌 개막이 연기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야구를 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야구협회와 구단주들, 선수노조의 협상 끝에 60게임으로 줄여 무관중으로 시즌을 열게 되었다.

 

코로나를 걱정하는 선수들에게는 시즌에 참가하지 않아도 된다는 옵션이 주어졌고, 다수의 선수들은 자신과 가족의 건강을 염려하여 불참을 선언했다. 이 중에는 다저스가 류현진과 마에다를 내보내고 그 공백을 메우기 위해 데려온 선발투수 데이비드 프라이스도 들어 있었다.

 

월드시리즈 6차전, 다저스는 믿고 내놓을 선발 투수가 없었다. 프라이스가 빠지며 생긴 공백을 메울 투수가 없었던 것이다. 결국 구원투수들이 줄지어 나와야 하는 불펜 데이가 되고 말았다.

 

탬파베이의 선발투수는 2018년에 사이영상을 수상한 바 있는 스넬이었다. 그는 5회까지 1안타 만을 허용하고 삼진 9개를 잡으며 다저스 타선을 꽁꽁 묶어놓고 있었다. 6회 말, 다저스의 9번 타자인 포수 반스에게 안타를 맞자, 캐시 감독은 주저 없이 그라운드에 나와 구원투수를 불렀다.

 

그 상황에서 왜 잘 던지고 있던 투수를 바꾸었는가를 두고 사람들은 의문을 제기한다. 나도 중계를 보며 이건 아닌데 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것이 바로 탬파베이의 승리 방정식이었다. 선발투수가 한 경기에서 같은 타자와 3번째 만나는 타순부터는 안타를 맞고 실점하는 확률이 크게 올라간다는 것이 통계로 나와 있다.

 

탬파베이에는 잘 던지는 구원투수들이 포진하고 있고, 캐시 감독은 늘 이때쯤에는 선발을 내리고 구원투수들에게 공을 건네준다. 그렇게 해서 아메리칸리그 최다승을 했고, 월드시리즈까지 진출한 것이다. 그러니 그의 입장에서는 당연한 결정이었다.

 

다저스의 로버츠 감독도 투수 교체 시기 때문에 몇 차례 언론의 뭇매를 맞은 바 있다. 2017년 월드시리즈에서 잘 던지고 있던 리치 힐을 바꾸었고, 다음 경기에서는 계속 얻어맞는 커쇼를 바꾸지 않아 두 경기를 모두 졌었다.

 

다저스는 6회에 2점을 득점하며 역전에 성공했고, 결국 3대 1로 6차전을 이겨, 월드시리즈 챔피언이 되었다. 야구는 개인의 스포츠가 아니고 팀 스포츠라는 사실을 부각시켜 준 경기다. 이날 다저스의 승리는 누구 한 사람이 이룬 것이 아니다. 경기에 출전한 모든 선수들이 제 몫 또는 그 이상을 해 주었다. 반면 탬파베이는 스넬의 호투와 혜성같이 나타난 신인 아로자레나가 이날도 홈런을 치며 활약했지만, 남어지 선수들의 부진으로 고개를 떨구었다.

 

게임이 끝난 후, 기자들이 캐시 감독에게 물었다. 6회에 스넬을 바꾼 것을 후회하는가. 그는 씁쓸이 웃으며 답했다. 원하는 결과에 이르지 못했으니, 당연히 후회한다.

 

나는 야구는 대하드라마며 우리네 인생과 같다고 말하곤 한다. 살다 보면 갈림길에 놓일 때가 있다.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만 하는 것이다. 결국 어느 쪽으로 가도 후회는 하게 되지만,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더욱 그러하다.

 

얼마 전 끝난 NBA 결승에서는 LA 레이커스가 우승을 한 바 있어, 엔젤리노들이 (LA 사는 사람들) 기다리던 동반 우승이 이루어졌다.

 

시리즈 내내 입고 응원하던 다저스 유니폼을 벗어 다시 옷장에 넣었다. 내년에는 야구장에 가서 야구를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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