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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월드시리즈 5차전

by 동쪽구름 2020. 10. 28.

한때 메이저리그 최고의 투수였던 커쇼는 이제 전성기를 지나 구력도 떨어지고 체력도 전과 같지 않다. 은퇴 후 언젠가는 명예의 전당에 들어갈 것이 확실한 그는 온갖 기록과 함께 사랑스러운 가족과 팬들의 사랑까지 고루 갖춘 남부러울 것이 없는 선수다. 딱 하나, 그에게 없는 것은 월드시리즈 우승반지다. 이제 그 우승반지가 손끝에 와 있다.

 

5연전, 또는 7연전 시리즈에 두 번 등판하면 투수는 고전을 하게 된다. 이미 그의 공을 겪어본 상대 타자들이 쉽게 속지 않기 때문이다. 월드시리즈 1차전에서 좋은 투구를 보여 주었던 커쇼도 예외는 아니라 5차전 힘든 경기를 치렀다.

 

게임이 시작하기 전 로버츠 감독은 그에게 회수나 투구 수와 상관없이 21 타자만을 상대하라고 이야기했다고 한다. 6회 말, 커쇼는 첫 두 타자를 공 두 개로 간단히 잡았다. 21명을 채운 것이다. 로버츠 감독이 투수 마운드에 나오자 내야수들이 모두 모여들었다. 몇 마디 말을 나눈 후, 감독이 손을 들어 구원투수를 불렀다. 관중들의 야유소리는 곧 마운드를 내려가는 커쇼에 대한 박수 소리로 바뀌었다. 3루수 터너는 감독에게 커쇼를 바꾸지 말라고 부탁했었다고 한다.

 

커쇼의 뒤를 이어 등판한 더스틴 메이는 6회와 7회를 잘 막았다. 8회에도 구력은 살아있었다. 최지만이 대타로 등장하자, 로보츠 감독은 좌완의 곤잘레스를 불렀다. 관중들은 다시 로버츠 감독의 결정에 의문을 던지며 야유를 보냈다. 왼손잡이 투수가 등장하자 최지만 대신 오른손 타자가 나왔고, 곤잘레스는 탬파베이 강타선을 잘 막았다.

 

그리고 9회 말, 마무리 투수가 3일 연속 등판하는 것이 드문 일이기는 하지만 시즌 경기가 아니고 플레이 오프니만큼 젠슨에게 믿음이 있었다면 당연히 그가 나왔을 것이다. 하지만 로버츠 감독의 선택은 트라이넌이었다. 3일 연속 등판이었다. 결과는 다저스의 4대 2 승리로 시리즈 전적은 3승 2패가 되었다. 로버츠 감독의 선택이 하나 같이 모두 들어맞은 경기였다.

 

야구는 우리네 인생과도 같다. 몇 번의 위기와 기회가 온다. 위기를 잘 넘기고 기회를 잘 잡아야 성공한 인생, 행복한 삶이다.

 

탬파베이에게도 황금 같은 찬스가 있었다. 4회 말 공격 때, 무사에 주자를 1, 3루에 두고 있었다. 최소한 3루 주자는 홈으로 불러들여 동점을 만들 수 있는 상황. 다음 두 타자가 내야 뜬 공과 삼진으로 맥없이 아웃되었다. 커쇼가 다음 타자를 맞아 공을 던지려는 순간, 3루 주자 마고가 기습적으로 홈스틸을 시도했다. 커쇼는 당황하지 않고 투구판에서 발을 떼고 홈에 송구, 간발의 차로 마고는 홈에서 아웃이 되었다. 만약 이때 커쇼가 투구판에서 발을 떼지 않고 공을 던졌더라면 보크가 되어 3루 주자가 득점을 할 수 있었다.

 

왼손잡이인 커쇼는 투구 동작에 들어가면 3루 쪽을 볼 수 없다. 그래서 혹시 홈스틸이 나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미리 1루수 먼시와 이야기를 나누었다고 한다. 3루 주자가 뛰면 먼시가 커쇼에게 고함을 치도록. 머고가 뛰자 먼시는 발을 떼고 공을 던지라고 소리쳤다고 한다.

 

지난여름 코로나 사태로 경기 수를 줄여 야구 시즌을 시작할 때, 나는 아내와 내기를 걸었다. 다저스가 월드시리즈 우승을 하면 아내가 내게 $100를 주고, 다저스가 우승을 못하면 그 어떤 팀이 우승을 하건 상관없이 내가 아내에게 $50을 주기로. 아내도 다저스 팬이다. 아내의 입장에서는 보험 든 셈 치고 내기를 하는 것이다. 다저스가 우승을 못하면 위로금으로 $50을 챙기고, 우승을 하면 기분 좋으니 $100을 내고. 만약 다저스가 우승을 놓치면 나는 완전 망하는 거다. 돈도 잃고, 기분도 망치고. 

 

이제 1승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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