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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오베라는 남자

by 동쪽구름 2020. 10. 27.

소설은 아내를 잃고 삶의 의욕을 상실한 59세의 ‘오베’라는 남자가 자살을 계획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철도 회사에서 일하던 아버지가 열차에 치여 사망한 후, 학교를 그만두고 시작하여 해고되기 전까지 43년을 철도회사에서 일했다. 그는 사브가 아닌 차는 사려고 하지 않으며, 인정하는 차는 오직 스웨덴제 볼보밖에 없다. 그 좋아하던 사브도 제네럴 모터스가 주식을 인수하자 더 이상 사지 않는다.

 

책은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오베가 이웃과 겪는 희로애락의 일상과 그가 어떻게 살아왔는가를 풀어놓는다. 그는 변화를 싫어하며 틀에 박힌 일상을 좋아한다. 원칙을 고수하고 불같은 성질을 가진 고집불통의 사내다. 하지만 내면에 숨어 있는 또 다른 그는 매일 죽은 아내의 무덤에 꽃을 사 가지고 가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는 기꺼이 선심을 쓰는 따스하고 다정한 사람이기도 하다.

 

그의 아내 ‘소냐’는 오베와 함께 스페인으로 버스여행을 갔다가 버스기사의 음주운전으로 인한 사고로 하반신 마비가 된다. 뱃속의 아이마저 잃는다. 이후 학습에 어려움을 겪는 특수아동들에게 문학을 가르치다 병이 악화되어 먼저 오베 곁을 떠났다.

 

이야기는 그의 이웃에 ‘파르바네’라는 이란 여인의 일가족이 이사를 오며 전개된다. 만삭의 임산부이기도 한 그녀는 오베에게 아직도 그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이웃에 있고, 세상은 사랑을 나누며 살만한 곳임을 깨닫게 해 준다.

 

그는 처음에 목을 매서 죽으려 하지만 줄이 끓어져 실패한다. 그다음에는 차고에서 아끼는 차에 신문지를 깔고 (차가 더럽혀질까 싶어) 호스를 자동차 배기구에 연결하여 자살을 시도하지만 급하게 차고 문을 두드리는 파르바네 때문에 수포로 돌아간다.

 

전철역에서 달려오는 기차에 몸을 던져 죽으려던 시도는 우연히 실족한 사람을 구해주면서 실패로 끝난다. 마지막으로 총으로 자살을 하려고 바닥과 벽에 비닐을 치고 (피가 튀겨 더럽혀지는 것을 막기 위하여) 자리에 앉지만 갑자기 쳐들어온 이웃 때문에 또다시 실패한다.

 

이웃에 사는 라이벌이자 친구인 ‘루네’가 오베를 밀어내고 주민자치회 의장이 되어버리자, 오베는 그에게서 등을 돌린다. 수년 동안 말도 않고 지내던 루네가 치매에 걸려 요양원에 강제로 끌려가게 되지만 오베의 도움으로 가지 않게 되며 두 사람은 화해한다.

 

책에 이런 구절이 있다. “이 세상은 한 사람의 인생이 끝나기도 전에 그 사람이 구식이 되어버리는 곳이었다.” 모든 것이 빨리 변하는 세상을 두고 오베가 하는 하는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며 나는 오베에게서 내 모습을 발견하곤 했다. 고집이 세고, 습관에 젖어 나쁜 버릇도 고치려 하지 않고, 원칙을 내세우며 융통성 없는 모습 등이 그렇다. 게다가 최근에는 건강에 이상이 생겨 죽음을 자주 생각하는 마당에 이 책을 읽게 되어 더욱 공감 가는 부분이 많았다.

 

세상과 화해하고 이웃과 정을 나누며 살던 오베는 어느 날 자는 듯이 소냐의 곁으로 간다. 우리 모두가 바라는 죽음의 모습이 아닌가 싶다. 그는 마지막 순간까지 오베답게 장례절차와 유언을 적은 편지를 파르바네에게 남겨 놓았다.

 

작가 '프레드릭 배크만'의 첫 장편소설이다. 그의 블로그에서 시작된 이 소설은 출간되자 인구 9백만의 스웨덴에서 70만 부 이상이 팔리는 베스트셀러가 되었으며, 전 세계 30여 개국에 판권이 팔렸다고 한다. 읽으면 마음을 따스하게 해 주는 재미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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