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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지구 탈출기

by 동쪽구름 2020. 10. 6.

인간은 어디에서 왔을까? 혹시 다른 별에서 온 것은 아닐까? 가끔은 이런 생각을 해보게 된다.

 

남미 페루의 나스카 평원에 새겨져 있는 대형 땅 그림은 길이가 수 킬로미터나 되어 비행기로 촬영을 해야 모양을 확인할 수 있다고 한다. 과연 그 시대 사람들에게 그런 그림을 만들 수 있는 기술이 있었을까. 혹시 외계인의 힘을 빌려 만든 것은 아닌가.

 

글로 남아있는 인류의 역사는 기원전 3천 년 경에 쓰인 기록 정도라고 한다. 그 이전의 역사는 지난 5천 년 동안 이런저런 상황과 필요에 따라 사람들이 만들어낸 이야기다. 그러니 정말 그 옛날 지구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우리는 알 수 없다.

 

탁월한 이야기꾼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파피용’은 새로운 세상을 찾아 지구는 떠난 사람들의 이야기다.

 

14만 4천 명의 선별된 사람들과 온갖 식물과 동물의 씨앗과 유전자를 길이 32킬로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우주선에 싣고 떠난다. 인간이 살 수 있는 행성에 도달하기까지는 천년이라는 세월이 걸리기 때문에 도착해서 새로운 세상을 만드는데 필요한 최적의 인원을 태운 것이다. 

 

지구에서 벌어졌던 크고 작은 일들이 우주선 안에서도 벌어진다. 범죄가 발생하자 경찰과 감옥이 생겨나고, 범죄를 막기 위해 법을 만든다. 의견이 다른 사람들끼리 싸움을 벌리고, 패가 갈려 구역을 나눈다. 상대방 세력을 제압하기 위해 무장을 시작하자 군대가 만들어진다. 

 

왕과 독재자가 생겨난다. 왕정이 무너지고 혁명이 일어나기를 반복한다.

 

이 거대한 우주선은 행성의 대기권을 통과할 수 없다. 그래서 우주선 안에는 새로운 지구에 도착하면 사용할 별도의 착륙선이 있었다. 떠나온 지구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반란을 일으켜 이 착륙선을 타고 지구로 돌아가 버렸다.

 

1,251년 후, 마침내 여행의 끝이 다가온다. 새로운 지구에 다다른 것이다. 이때 우주선에 남은 인원은 달랑 6명, 한 명의 여자와 다섯 명의 남자. 이들이 타고 갈 착륙선은 2인승이다. 종족을 이어가기 위해서 여자는 필요하고, 다섯 명 중 한 명의 남자를 선택해야 한다. 이들은 선택을 여자에게 맡긴다.

 

온갖 식물의 씨앗과 동물의 수정체를 싣고 행성에 내린 두 사람은 새로운 지구에서의 삶을 시작한다. 식물을 심고 곤충과 동물을 탄생시킨다. 하지만 둘 사이에 아이는 없고 여자가 뱀에 물려 죽고 만다.

 

혼자 남은 남자는 인간의 수정란을 키우는 일에 실패한다. 신선한 골수에서 채집한 근원 세포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아낸 그는 자신의 갈비뼈를 잘라내어 아기를 만드는 데 성공한다.

 

이때부터 이야기가 조금 이상한 쪽으로 흐른다. 태어난 아이는 ‘에야’라는 이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에바’라고 부르고, 남자를 ‘아담’이라고 부른다. 무리를 이끌고 지구로 돌아간 ‘사틴’을 ‘사탄’이라고 칭한다. 마치 이들의 이야기가 성경의 시작인 것 같은 뉘앙스를 풍긴다. 

 

마지막 장을 덮고 나면 이들이 찾은 행성이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보게 된다.

 

역자는 베르베르가 이 책에서 보여주고자 하는 것은 인간의 가능성, 그리고 동시에 인간의 한계라고 말한다. 희망이 없는 곳을 탈출할 수 있는 것은 인간에게 상상력과 창의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나는 이 책에서 인간은 절망의 순간에 희망을 보고, 안락한 생활이 오래되면 무료함을 느껴 새로운 모험을 시작한다는 메시지를 보았다. 그리고 인간의 역사는 시간과 모습은 달라도 비슷한 일의 반복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인간의 조상이 다른 별에서 왔다고 해도 지금 나의 삶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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