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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이 기억

테이블 매너

by 동쪽구름 2020. 9. 29.

나는  외할아버지와 겸상으로 밥을 먹었다. 내가 할아버지와 밥을 먹고 나면, 할머니와 이모가  상에 앉아 밥을 먹었다. 늘 그렇게 지냈기 때문에 별로 이상하다는 생각을   적은 없다.

 

외가에는 나름의 밥 먹는 예절이 있었다. 밥상을 받으면 할아버지가 수저를 드시기 전에는 먼저 수저를   없다. 반찬도 할아버지가 먼저 손을 대신 후에야 먹을  있다. 맛있는 반찬이라고 해서 그것만 먹어서도 안되고, 눈치껏 이것저것 골고루 먹어야 한다.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반찬은 할아버지가  쪽으로 밀어주시곤 했기 때문에  마음껏 먹을  있었다.

 

가끔 우리 집에 가서 밥을 먹게 되면 전혀 다른 상황을 접하게 된다. 2-3년 터울의 5남매가 모여 먹는 밥상은 할아버지와 둘이서 조용히 먹던 내게는 문화적 충격이었다. 반찬 그릇 위에서 숟가락, 젓가락이 얽히기도 한다. 생선이나 고기반찬은 아예  토막씩 미리 나누어 준다. 거의 단체식 배식을 받아먹는 수준이다. 상에는  국이 올라 밥 먹는 동안 여기저기서 후루룩 쩝쩝 소리가 났다.

 

영어를 배우며 양식에는 테이블 매너가 있다는 것을 배웠다. 수프는 숟가락을 바깥쪽으로 밀어 떠먹는다. 음식은 너무 크지 않게 잘게 썰어 먹고, 입을 다물고 씹으며, 소리를 내지 않는다, 등등… 

 

미국에 와서 직장 생활을 하며 처음으로 호텔 식당에 초대받아 식사를 하게 되었다. 전날 미리 책을 찾아 테이블 매너를 읽어 보았다. 포크와 나이프는 바깥쪽에 놓인 것부터 사용하고, 음식을 먹는 중간에는 접시에 걸쳐 놓으며, 다 먹은 후에는 접시 위에 가지런히 올려놓고, 소금이나 후추 병이 멀리 있으면 옆사람에게 집어  것을 부탁하고, 빵은 통째로 베어 먹지 말고 한입에 들어갈 만큼 쪼개어 먹고, 등등…

 

다음날 내가 앉은 테이블에서 전날 내가 찾아보았던 테이블 매너대로 식사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빵을 칼로 잘라 가운에 버터를 넣고 베물어 먹는 사람, 수프를 우리가 국을 떠먹듯이 안쪽으로 떠먹은 사람, 포크 하나로 디저트까지 먹는 사람, 멀리 있는  바구니를 손을 뻗어 집는 사람, 등등…

 

 테이블에 8-10명씩 앉은자리에서 누군가 남의 음료수 잔이나 빵 놓는 접시를 사용하게 되면 남어지 사람들은 자연히 남의 자리에 놓인 것을 쓰게 된다. 양손의 엄지와 검지를 연결하여 원을 만들면 왼쪽에는 “b” 자가, 오른쪽에는 “d” 자가 만들어진다. 그래서 빵(bread) 접시는 왼쪽 것을, 음료수(drink) 잔은 오른쪽 것을 쓰면 된다고 한다. 매너를 중요시하던 백인 여성 매니저 '린다'가 가르쳐 준 테이블 매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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