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2 유화 (2) 유화반 교수 아멜리아에게서 이-메일이 왔다. 내가 교실의 싱크대를 쓰지 못해 화장실 싱크를 사용한다는 것을 지난번 수업시간에 알게 되었다며, 미안하다고, 학장에게 이야기해서 시정하겠다는 내용이다. 미술 수업을 하는 아트빌딩 교실에는 한쪽 구석에 싱크대가 마련되어 있다. 학생들을 이곳에서 필요한 물을 떠다 쓰기도 하고, 붓이나 팔레트 등을 씻기도 한다. 싱크대 아래쪽이 막혀있어 나 같은 휠체어 장애인은 접근이 용이치 않다. 휠체어 앞부분이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지난 1년 반 동안 교실 옆 화장실 싱크를 사용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크게 불편함을 느낀 적은 없다. 여럿이 함께 쓰는 싱크대보다는 화장실에 가서 혼자 넓게 쓰는 것이 더 편하다. 그녀에게 답장을 썼다. 고맙다고.. 2025. 3. 15. 연필로 쓰기 작가 ‘김훈’은 48년 생으로 나보다 7살 나이가 많다. 그 정도면 같은 세대라고 할 수 있다. 그의 산문집 ‘연필로 쓰기’를 읽으며 그동안 잊고 지내던 시절을 잠시 뒤돌아 보게 되었다. 나만해도 벌써 20여 년 전부터 컴퓨터로 글을 쓰고 있다. 하지만 그는 아직도 원고지에 연필로 쓰기를 고집한다. 그래서 그런지 그의 글에서는 아날로그 냄새가 물씬 풍긴다. 약간은 낡고 헌 것 같은 분위기지만 대신 여유가 있고 사람의 냄새가 난다. 그는 서울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명절이 되면 남들은 고향으로 가지만 그는 찾아갈 고향이 따로 없다. 나도 그랬다. 아버지가 단신 월남한 실향민이라 친척도 별로 없었다. 아버지의 외사촌과 외숙모가 홍제동에 살았는데, 설이 되면 아버지는 동생을 데리고 그 집으로 세배를 같다. 그 .. 2022. 12. 15.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