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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18

결말 없는이야기 추리소설은 대개 두 가지 방법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하나는 이야기를 전개하며 독자와 함께 범인을 찾아가는 방법이다. 작가는 독자로 하여금 제3의 인물을 범인으로 지목하도록 이야기를 이끈다. 반전이 나올 때마다 독자는 또 다른 사람을 범인으로 의심하게 된다. 결국 이야기 끝에 가서야 대반전과 함께 범인을 알게 된다. 이때 범인을 맞춘 독자는 자신의 추리력에 만족감을 느끼게 되고, 틀린 사람은 작가의 스토리 텔링에 박수를 치게 된다. 이와는 반대로 처음부터 또는 중간쯤에 범인을 공개하고, 쫓는 자와 쫓기는 자의 평행선을 따라 이야기를 전개하는 방법도 있다. 범인이 누구인가 보다는 그가 범죄를 저지르게 된 배경, 그 후 이어지는 복잡한 관계가 이야기의 중심이 된다. 이런 이야기에서는 독자가 범인에게 동정심을.. 2021. 5. 4.
종이 여자 장르소설을 쓰는 작가의 작품을 여러 편 읽다 보면 그 작가만의 공식이 보이기 시작한다. 내가 파악한 ‘기윰 뮈소’의 이야기 전개는 대충 다음과 같다. 그의 소설은 엉뚱하게 시작해서 차츰 궤적을 찾아간다. 이야기에는 최소한 3-4그룹의 인물들이 등장한다. 남녀 주인공이 있고, 그들의 절친들로(대개는 남자와 여자) 이루어진 조연들이 있으며, 이야기 전개의 필요에 따라 조금은 격이 낮은 다수의 그룹이 등장한다. 같은 시각, 또는 전혀 다른 시간대에 이들을 등장시켜 이야기를 전개한다. 이야기는 시도 때도 없이 시공을 초월한다. 주인공들은 대개 불우하게 자랐다. 편부모 가정, 가정 폭력, 약물이나 알코올 중독, 가난, 우범지역 등이 등장한다. 우리의 주인공은 그런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잘 자라 성공한.. 2021. 4. 10.
살아남은 사람들(The Survivors) 인기 작가 '제인 하퍼'(Jane Harper)의 신간 ‘살아남은 사람들’(The Survivors)을 읽었다. ‘에벌린 베이’는 호주의 ‘태즈메이니아’ 연안에 위치한 작은 바닷가 마을이다. ‘키어린’은 동거녀 ‘미아,’ 3달 된 딸 ‘아드리’와 함께 고향을 찾았다. 치매에 걸려 요양원에 가야 하는 아버지와 그 근처로 이사를 가는 어머니를 돕기 위해서다. 오랜만에 고향 친구들을 반갑게 만나지만, 시간이 지나며 서먹한 감정과 그 아래 깔린 앙금들이 조금씩 드러난다. 그의 형인 ‘핀’과 친구 ‘샨’의 형 ‘토비’의 죽음이 모두 그의 탓이었기 때문이다. 폭풍이 불던 그날, 14세의 소녀 ‘개비’의 실종 사고도 있었다. 그녀의 시신은 발견되지 않았다. 며칠 후 그녀의 가방만이 바닷가에서 발견되었다. 외지에서 들.. 2021. 3. 24.
절필한 작가 지난 몇 달 동안 ‘기욤 뮈소’의 소설을 서너 권 읽었다. 한마디로 대단한 작가임에 틀림없다. 대부분의 소설이 한 줄기에서 시작해서 이리저리 가지를 만들어 거대한 스토리로 이어진다면, 그의 소설은 여기저기 관련이 없는듯한 이야기들로 시작해서 차츰 맞추어 나가는 퍼즐과 같다. 일단 퍼즐 맞추기가 시작되면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이 보이던 내용에 기가 막힌 비밀과 반전이 숨어있다. 그래서 그의 책은 한번 잡으면 빠져들어 쉽게 나오지 못한다. 그의 장편 소설 ‘작가들의 비밀스러운 삶’을 읽었다. 세 권의 소설로 유명해진 작가 ‘네이선’이 절필을 선언하고 지중해 있는 보몽섬에서 칩거 생활을 하고 있다. 이후 그는 2018까지 무려 20년 가까이 글도 쓰지 않고 인터뷰도 하지 않는다. 어느 날 작가 지망생 ‘라파엘’.. 2021. 2.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