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자1 한 게으른 시인의 이야기 인터넷 중고책방에서 책을 둘러보던 중 한 권의 책이 눈에 들어왔다. 표지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담배를 깊이 빨고 있는 중년 여인의 얼굴에 병색이 완연하다. 그녀의 표정에 숨겨진 이야기가 책에 들어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만난 책이 시인 ‘최승자’의 에세이 집 ‘한 게으른 시인의 이야기’다. 여고 시절 학교 수업이 끝나고 저녁이 가까워질 무렵 가끔 그녀는 곧장 집으로 가는 대신 경인선 기차를 타고 연안부두도 갔다. 방파제에 늘어선 노점상들은 조가비나 산호로 만든 기념품을 팔았다. 넘어가는 해의 마지막 붉은빛을 받으며 바닷물결에 끊임없이 흔들리는 크고 작은 배들이 그토록 아름답게 보였다고 한다. 하지만 어른이 되어 다시 찾은 그곳에서 그녀는 크게 실망한다. 방파제 위 노점상들은 온데간데없고 그곳에는 술 파.. 2023. 5. 9.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