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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3

한 게으른 시인의 이야기 인터넷 중고책방에서 책을 둘러보던 중 한 권의 책이 눈에 들어왔다. 표지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담배를 깊이 빨고 있는 중년 여인의 얼굴에 병색이 완연하다. 그녀의 표정에 숨겨진 이야기가 책에 들어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만난 책이 시인 ‘최승자’의 에세이 집 ‘한 게으른 시인의 이야기’다. 여고 시절 학교 수업이 끝나고 저녁이 가까워질 무렵 가끔 그녀는 곧장 집으로 가는 대신 경인선 기차를 타고 연안부두도 갔다. 방파제에 늘어선 노점상들은 조가비나 산호로 만든 기념품을 팔았다. 넘어가는 해의 마지막 붉은빛을 받으며 바닷물결에 끊임없이 흔들리는 크고 작은 배들이 그토록 아름답게 보였다고 한다. 하지만 어른이 되어 다시 찾은 그곳에서 그녀는 크게 실망한다. 방파제 위 노점상들은 온데간데없고 그곳에는 술 파.. 2023. 5. 9.
일곱 해의 마지막 작가 김연수의 소설 ‘일곱 해의 마지막’은 시인 ‘백석’의 이야기다. 치밀한 자료조사와 작가의 상상력으로 북한에 살았던 백석의 삶을 그리고 있다. 백석은 8.15 해방 이후 평양에 머물며 비서 겸 러시아어 통역으로 스승인 조만식을 도왔다고 한다. 6.25 전쟁 전후로 후배인 고정훈이 그에게 월남할 것을 제의했으나, 그는 4가지 이유를 들어 거절했다. 1. 조만식 선생을 모셔야 한다. 2. 북에는 가족과 친지가 많아, 자신만 월남하면 남은 가족과 친지가 고초를 겪을 것이다. 3. 가족과 친지가 모두 같이 간다 해도, 남에는 생활 터전이 없어 더 힘들지도 모른다. 4. 이젠 감시가 심해져, 가고 싶어도 못 간다. 함경남도 홍원이 고향이었던 우리 아버지는 20대 초반에 단신 월남한 실향민이다. 미국에 이민 온.. 2021. 8. 20.
시 같은 영화 아마존이 만든 영화 ‘패터슨’(Paterson)을 보았다. 제목 패터슨은 주인공 (아담 드라이버)의 이름이며 그가 사는 소도시의 이름이기도 하다. 뉴저지의 작은 도시 패터슨에서 태어나 자란 그는 시내버스 운전사다. 그에게는 인도계 여자인 아내가 있다. 영화는 일주일 동안 그들에게 벌어지는 일을 보여 준다. 패터슨은 아침에 눈을 뜨면 침대 옆 탁자에 놓인 손목시계로 시간을 확인한다. 그는 6시 10분 경이면 어김없이 눈을 뜬다. 월요일 아침 눈을 뜬 그는 손목시계를 집어 시간을 확인한 후 왼쪽 손목에 시계를 차고, 잠들어 있는 아내에게 입맞춤을 한 후, 어제저녁에 꺼내 놓은 옷을 들고 씻으러 간다. 아침으로는 시리얼을 먹고, 아내가 싸 놓은 도시락을 들고 집 근처 차고로 출근을 한다. 배차원이 와서 출발시.. 2021. 8.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