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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3

병원 이야기 (2) 10월 중순, 위내시경 검사를 받았다. 검사 3일 전에 코로나 검사를 받았고, 당일에는 8시간 금식을 하고 병원에 갔다. 병원 침대는 내 휠체어보다 높아 혼자서는 오를 수가 없다. 남자 간호사를 찾았는데, 마침 점심시간이라 자리에 없어, 여자 간호사 5명의 품에 안겨(?) 침대에 올라갔다. 마취 의사가 들어오고, 마스크를 쓴 것까지는 기억하는데, 깨어보니 회복실이다. 잠시 후, 의사가 오더니 비정상 핏줄은 발견되지 않았다며 6개월 후에 다시 초음파 검사를 받으라고 한다. 간에 이상이 생긴 원인이 무엇이냐고 물으니 아마도 지방간 때문인 것 같다고 한다. 집에 돌아와 아이들에게 그간의 상황을 설명하는 메일을 보냈다. 걱정할 것 같아 말하지 않았는데, 대충 상황이 정리가 되었으니 알려주어야 할 것 같았다. 잠.. 2020. 11. 1.
낯선 것에 익숙해지기까지 수년 전의 일이다. 한국에서 손님이 다녀갔다. 그중 한 사람이 수년 전 내 책을 편집해 주었는데 친구 두 명과 함께 휴가차 미국에 온 것이다. 마침 일행 중 한 사람의 후배가 패서디나에 살고 있었다. 1주일 머무는 동안 내가 그들과 함께 한 시간은 고작 3일이다. 난 무언가 재미있고 기억에 남고 그리고 미국을 볼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하고자 고민한 끝에 유니버설 스튜디오와 게티 뮤지엄을 선택했다. 차로 이동을 하면서도 나름대로 많은 것을 보여주려고 먼길을 돌아가기도 했지만 짧은 시간에 과연 어떤 인상을 받고 갔는지 궁금하다. 그녀들과 며칠을 함께 다니며 나는 나대로 한국을 떠난 20여 년이란 세월이 가져다준 문화적 충격을 받았다. 두 번째 만난 날 한 친구가 하는 말이 내가 하는 말 중에 가끔씩 낯설고 낡.. 2020. 8. 18.
달력에 걸린 세월 한 장 남았던 것을 떼고 벽에 달력을 새로 달았다. 난 사진보다는 그림이 들어있는 달력을 좋아한다. 요즘은 달력 인심들이 좋아져 음력과 절기가 들어있고 한국과 미국의 공휴일이 모두 들어있는 미주용 달력을 흔하게 구할 수 있다. 60-70년대 한국에서는 달력을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상조회를 하며 은행거래가 많았던 외할아버지는 연말이 되면 이곳저곳 은행에서 달력을 얻어다가 정초에 인사 오는 일가친척들에게 나누어 주며 생색을 내곤 하셨다. 재미있는 것은 은행 달력을 걸면 돈이 들어온다고 해서 미주 한인들에게 인기가 높다고 한다. 시골에서는 지역구 국회의원의 사진 아래 12달이 모두 한 장에 들어 있는 달력이 나돌았고, 이발소나 식당에 가면 맥주회사에서 나누어 주는 달력이 있었다. 이런 달력에는 예외 없이 여.. 2020. 8.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