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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숭아3

대화가 필요해 열흘 전쯤 갑자기 인터넷 속도가 느려졌다. 줌으로 이사회를 하다가 연결이 끊어지고, 아내는 유튜브가 안 열린다고 불평이다. 인터넷 회사에 전화를 하니 상담원은 상투적인 콜센터 직원의 대본을 말한다. 전원을 껐다, 30초 후에 다시 켜라. 연결선들을 모두 풀었다, 다시 연결하라. 상황이 나아지지 않아 며칠 후 다시 전화를 했다. 이번에도 전화를 받은 상담원은 비슷한 과정을 거친 후, 모뎀에 문제가 있는 것 같으니 모뎀을 새로 보내주겠다고 한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아무래도 모뎀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주말 아침, 다시 전화를 했다. 내 이야기를 다 듣고 난 상담원은 잠시 기다려보라고 하더니, 10분 만에 문제를 해결해 주었다. 갑자기 인터넷이 잘 터지니 묵은 체증이 사라진다. 고맙다고 하며 어떻게 다른 상.. 2022. 5. 26.
꽃이 피고, 꽃이 지고 어느새 봄이 성큼 다가왔다. 봄은 꽃으로 시작한다. 매일 다니는 길에도 여기저기 꽃잔치가 벌어졌다. 우리 집 뒷동산은 작년 가을 마른풀들을 모두 제거했더니, 새로 자란 풀 사이로 들꽃이 한창이다. 노란 꽃, 흰꽃, 보라색 꽃들이 키재기를 하며 매일 피어난다. 복숭아나무의 꽃은 이미 지고 벌써 열매를 맺기 시작했다. 감나무에는 새로 잎에 빼곡히 났는데, 하루가 다르게 커지고 있다. 얼마 후에는 꽃도 필 것이다. 5년 일기를 쓴 지 2년이 되었다. 작년 이맘때 쓴 글을 보니, 온통 코로나 예방접종 이야기다. 차례가 빨리 오지 않아 발을 구르고, 막상 자격이 되었지만 예약을 하지 못해 애를 먹었다. 작년 3월 일기에도 비와 꽃과 봄이 함께하는 일상이 들어 있었다. 1년이란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다. 우리가 다.. 2022. 3. 23.
우리 오렌지 우리 집 뒷마당에는 몇 그루의 과일나무가 있다. 아내는 겨울이 되면 나무의 가지를 잘라 주고, 봄이 되면 거름을 사다 땅을 파고 뿌려 주며, 여름내 더위와 모기와 싸우며 마당에 물을 준다. 봄에 열렸던 복숭아는 채 익기도 전에 다람쥐에게 몽땅 털렸다. 이놈들이 매일 드나들더니 어느 날 보니 하나도 남지 않았다. 작년에는 한꺼번에 모두 익어 다 먹지 못하고 설탕 조림을 만들어 냉장고에 두고 먹었는데, 금년에는 몇 알 먹지도 못하고 끝이 났다. 몇 개 안 되는 석류도 그놈들에게 빼앗겨 겨우 한 알을 건졌다. 화분에서 자라던 구아바도 열매가 열렸다. 아내는 다람쥐 눈에 띠지 않게 잘 숨겨 놓았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날 아침에 나가보더니 몽땅 사라졌다고 한다. 이제 남은 것은 작은 나무에 달린 오렌지 4개. 아.. 2021. 11.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