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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커리2

그리움이 되고, 슬픔이 되고 큰 아이 세일이의 생일이 3월 17일이다. 매년 생일이면 함께 밥을 먹는다. 가끔은 식당에서 먹기도 하지만, 대부분 아내가 음식을 만들어 집에서 먹곤 한다. 3월 초에 언제가 좋으냐고 물으니 요즘 바쁘다는 답이 왔었다. 지난 주말, 우편물을 가지러 왔기에 다시 물었더니 시간이 없다며 스케줄을 주욱 나열한다. 온통 아이들의 방과 후 스포츠 활동이다. 아무리 바빠도 밥은 먹을 텐데, 나하고 밥 한 끼 먹는 것이 그리 힘들까. 잠시 섭섭하다는 생각을 하다가 이것도 나의 욕심이지 하는 생각으로 바뀐다. 회사 일에, 대학원 수업, 아이들 뒤치다꺼리로 정신없이 사는데, 생일에 내가 밥 한 끼 사준다고 달라질 것은 없다. 이것도 다 나 좋자고 하는 생각일 뿐이다. 아들 생일에 잊지 않고 밥 사 주는 아빠. 생일을 기.. 2022. 3. 9.
종이 아줌마의 빵 며칠 전의 일이다. 아버지를 모시고 마켓에 갔다가 한국 빵집에 들렀다. 갓 구워낸 맛있어 보이는 온갖 빵들이 있었다. 빵을 보니 문득 옛일이 생각났다. 이모의 친구 중에 '종이 아줌마'가 있었다. 그녀의 이름은 '종희' 였을 것이다. 그러나 내 귀에는 '종이'라고 들렸다. 나는 자연스레 그녀를 '종이' 아줌마라고 불렀다. 어느 날 그녀가 이모를 찾아 외가에 왔었다. 그날따라 이모는 외출을 하고 집에 없었다. 할머니는 종이 아줌마에게 잠깐 집을 좀 지키고 있으라며 장에 가셨다. 한옥 대문에는 열쇠가 없다. 그래서 누군가 집에 있어야 했다. 나와 종이 아줌마만 남게 되었다. 그녀는 그날 기다란 빵을 사들고 있었다. 집에 있는 동생들에게 주려고 샀을 것이다. 그녀에게는 어린 동생들이 여럿 있었다. 피하려고 하.. 2020. 10.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