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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탄화2

Life Drawing I (2) 가을 학기가 끝이 난다. 1주가 남기는 했지만 마지막 과제물도 모두 제출했고, 수업도 없다. 아마도 다음 주에는 학생들이 제출한 과제물을 함께 보는 것으로 마지막 수업이 끝이 날 것이다. 지나고 나면 어떻게 그 시간을 보냈는지 깜짝 놀라곤 한다. 그동안 제출했던 과제물을 검토해 보면, 기량이 늘기는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냥 보이는 대로 쓱쓱 그리면 될 것 같은데, 사람의 몸을 그리는 일은 매우 힘든 작업이다. 인체 각 부분마다 각기 다른 선과 굴곡이 있으며 사람마다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뼈대와 근육의 위치와 생김새를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어야 제대로 된 선이 나온다. 연필화는 선이 중요하다. 처음 내 얼굴을 그리라는 숙제를 받았을 때는 난감하기 그지없었다. 이제는 과제물이 주어지면 주저 없이 시.. 2022. 12. 13.
Drawing I (1) 내 나이 13-14살 중학생 나이쯤 되었을 때의 일이다. 아버지는 내게 장래 직업이 될만한 기술을 가르쳐야겠다고 생각하셨던 모양이다. 하루는 내게 시계수리와 그림 중 어느 것을 배우고 싶으냐고 물었다. 그림쟁이는 밥 먹고 살기 어렵다고 들은 것이 있어, 시계수리를 배우겠노라고 했다. 아버지도 그 답을 기대하셨던 모양이다. 얼마 후 길 건너 시계 수리점의 주인에게서 시계수리를 배우기 시작했다. 난 시계수리에 재미를 붙이지 못했고, 소아마비로 왼쪽 엄지손가락을 잘 쓰지 못해 정교한 작업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결국 시계수리 공부는 몇 달 후 흐지부지 되고 말았다. 그때 아버지에게 그림 공부를 하겠다고 말하지 못한 것을 두고두고 후회했다. 나이가 들고 시간의 여유가 생기자 그림 공부에 대한 욕구가 다시 생겨.. 2022. 4.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