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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장2

할머니의 고추장 고추가 우리나라에 처음 들어온 것은 임진왜란 때의 일이라고 한다. 조선 개화사에 의하면 이때 일본인들이 우리 민족을 돌살키 위하여 가져왔으나 우리 체질에 맞아 즐겨 먹게 되었다는 기록도 있다고 한다. 내가 매운맛을 접한 것은 3-4 살 무렵의 일이 아닌가 싶다. 김치를 물에 씻어 밥에 올려 먹은 것이 내가 처음 맛 본 매운맛이다. 그 무렵의 아이들은 대개 물에 씻은 김치를 시작으로 밥상 위의 반찬에 맛을 들여 갔다. 내가 자란 외가에는 손바닥 만한 마당에 반지하의 창고가 있어 그 지붕에 할머니의 장독들이 있었다. 그중 할머니가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것이 고추장 항아리였다. 3-4년쯤 묵힌 찹쌀고추장은 요즘 고추장과는 달리 검은빛이 돌며 끝 맛이 달짝지근했다. 가을이 되면 할머니는 고추를 말려 씨를 빼고 .. 2020. 9. 30.
꿀떡보다 맛있는 술떡 우리와 함께 사는 조카딸 아이는 고기를 좋아하는데, 어쩐 일인지 떡갈비를 다 안 먹고 수저를 내려놓는다. 어디 아프냐고 물으니 아내 말이 늦게 간식을 먹었다고 한다. 무얼 먹었냐고 물으니, 기지떡을 사 왔다고 한다. 기지떡이면 내가 좋아하는 술떡이 아닌가. 먹던 밥을 물리고 떡을 달라고 해서 게 눈 감추듯이 두 개를 먹었다. 참으로 오랜만에 먹어본 기지떡이다. 식성이 까다로웠던 외할머니는 술떡이라고 부르던 기지떡은 소화가 잘 된다며 좋아하셨다. 막걸리를 넣어 만든 탓에 시큼한 냄새와 맛이 나며 발효가 되었기 때문에 스위스 치즈처럼 구멍이 숭숭 나있는 떡이다. 50년 가까이 된 일이다. 그 무렵 재래시장에는 제대로 된 포장 용기도 없었다. 정육점에서 고기를 사면 신문지에 둘둘 말아 주고, 콩나물이나 두부는.. 2020. 7.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