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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모음93

인연 나는 사람 또는 사물과의 관계에 있어도 인연은 존재한다고 믿으며, 그런 인연들을 소중히 생각한다. 주정부 산재보험기금에서 31년 일하고 퇴직했는데, 실은 입사 1년 만에 다른 부처로 승진되어 그곳을 떠났었다. 승진을 하게 되면 승진시험 합격자 명단에서 이름이 빠져야 하는데, 누군가의 실수로 내 이름이 계속 남아 있었다. 2달 후, 산재보험기금에서 자리가 있으니 오라는 연락이 왔다. 다행히 승진시켜 주었던 부처에서 별 문제를 삼지 않아 다시 돌아가 30년 근속을 하게 되었다. 운전 면허증이 아직 종이로 발행되던 시절의 일이다. 면허증을 주머니에 넣어 둔 채 옷을 빨아 면허증이 휴지가 되고 말았다. 면허증을 재발급받기 위해 DMV에 갔다. 까다로운 직원에게 걸렸던 모양이다. 면허증 뒷면에 장애인 운전장치가 .. 2023. 8. 25.
새 친구 ‘샤키라’ 바닥에 앉아 생활을 하던 온돌방 시절, 다들 매일 방청소를 하고 지냈다. 아침에 일어나 이부자리를 치우고 방을 쓸고 닦은 후 그 자리에서 아침밥을 먹었고, 저녁이면 다시 바닥을 물걸레로 닦은 후 자리를 펴고 잠자리에 들었다. 미국에 와서 침대 생활을 하니 청소를 매일 할 필요가 없어졌다. 요즘은 나무나 타일로 바닥을 바꾼 집들이 많아졌지만, 80년대에는 대부분 카펫이 깔려 있었다. 주말에 한번 진공청소기로 청소를 하며 지냈다. 9년 전, 조카들이 우리와 함께 살기 시작하며 용돈을 주고 바닥 청소를 그놈들에게 시키기 시작했다. 주말이면 번갈아 가며 한 사람은 진공청소기를 다른 한 사람은 물걸레를 들고 청소를 했다. 이제 가을이면 작은놈이 대학에 진학하여 집을 떠나게 된다. 청소부가 그만두기 전에 대체 인력.. 2023. 7. 22.
카르페 디엠 라틴어 ‘카르페 디엠’은 영어권에서는 “오늘을 즐겨라”는 의미로 자주 쓰이는 말이다. 더 나아가, 한국의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노세 노세 젊어서 노세”로 쓰이기도 한다. 이 말은 로마 시인 호라티우스가 쓴 송가의 마지막 부분에 있는 시구이며, “오늘을 붙잡게”라는 의미라고 한다. ‘카르페’는 과실을 따거나 추수한다는 의미의 ‘카르포’라는 동사의 명령형이다. 과실을 수확하기까지의 과정은 매우 힘든 일이며, 농부에게 추수는 매우 보람 있고 행복한 순간일 것이다. 그래서 ‘카르포’ 동사에 “즐기다, 누리다”라는 의미를 더해 “오늘 하루를 즐겨라”라는 말이 되었다고 한다. 시인의 뜻과 달리 현대에서는 이 말이 쾌락주의를 조장하는 말로 다소 변질되어 사용되고 있는 셈이다. 호라티우스가 속해 있던 에피쿠로스 학파는.. 2023. 6. 24.
노인 후보생 미국에서는 노인의 연령에 대한 기준이 때와 장소에 따라 다르다. 미국은퇴자협회(AARP)는 50세 이상의 회원에게 혜택을 주고 있고, 미국의 국민건강보험이라고 할 수 있는 메이케어는 65세에 가입하고, 소셜연금은 62세부터 받을 수 있지만 67세가 되어야 전액을 받을 수 있다. 식당이나 소매점에서는 시니어들에게 할인을 해 주는데, 62세부터 해주는 곳도 더러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은 65세 이상을 기준으로 삼는다. 소셜연금의 전액수령 연령을 70세 또는 그 이상으로 올리자는 논의가 있다는 신문보도를 보았다. 평균수명이 늘어나고 노인인구가 증가하니 자연스러운 현상이 아닌가 싶다. 육신과 마음의 속도가 다르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마음은 아직도 젊어 낯선 여자가 친절을 베풀면 혹시 나에게 관심이 있나 싶어 가.. 2023. 5.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