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야기197 카사노바 호텔 ‘아나 에르노’의 작품을 처음 읽어 보게 되었다. 프랑스 작가인 그녀는 2022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카사노바 호텔’은 전체 길이가 127페이지인 매우 짧은 책인데, 그 안에 12편의 글이 실려 있다. 자전적이라는 인상을 풍기는 에세이와 소설들이다. 프랑스 작가답게 그녀의 글에는 프랑스 영화의 분위기가 있다. 무절제하고 방종한 듯, 다른 말로는 자유분방한 분위기다. 표제작 ‘카사노바 호텔’의 여자 주인공은 병원에 있는 어머니의 병이 급속히 악화되는 가운데 P라는 남자와 러브호텔에서 사랑 없는 정사에 열중한다. 그녀는 “쪼그라들어가는 어머니의 몸뚱어리를 견디자면 오르가슴이 필요했다”라고 말한다. 차츰 만나는 간격이 뜸해지다 헤어진 그를 어느 날 오페라역 승강장 맞은편에서 보게 된다. 그는 머리가 하얗.. 2023. 1. 2. 작별 인사 작가 ‘김영하’가 9년 만에 내놓은 신작 장편소설 ‘작별인사’를 읽으며 나는 ‘가즈오 이시구로’의 소설 ‘나를 보내지 마’와 ‘클라라와 태양’를 연상하게 되었다. 아마도 소재가 비슷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책의 무대는 인공지능과 로봇이 발전한 가까운 미래의 한국. ‘휴머노이드’는 인간을 닮은 외형을 지녔고 인간과 유사한 행동을 하는 로봇을 뜻한다. 인간과 닮은 인조인간인 셈이다. ‘철이’는 평양에 있는 IT 기업 ‘휴먼매터스’ 의 연구단지에서 연구원인 아버지, 고양이 세 마리와 함께 살고 있다. 휴머노이드를 연구하는 휴먼매터스는 안전한 울타리 안에 있지만, 바깥세상은 내전을 겪고 있다. 철이는 학교에 가는 대신 아버지에게서 홈스쿨링을 받는다. 평화로운 일상을 살던 철이는 어느 날 거리에 나갔다가 ‘무등.. 2022. 12. 18. 연필로 쓰기 작가 ‘김훈’은 48년 생으로 나보다 7살 나이가 많다. 그 정도면 같은 세대라고 할 수 있다. 그의 산문집 ‘연필로 쓰기’를 읽으며 그동안 잊고 지내던 시절을 잠시 뒤돌아 보게 되었다. 나만해도 벌써 20여 년 전부터 컴퓨터로 글을 쓰고 있다. 하지만 그는 아직도 원고지에 연필로 쓰기를 고집한다. 그래서 그런지 그의 글에서는 아날로그 냄새가 물씬 풍긴다. 약간은 낡고 헌 것 같은 분위기지만 대신 여유가 있고 사람의 냄새가 난다. 그는 서울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명절이 되면 남들은 고향으로 가지만 그는 찾아갈 고향이 따로 없다. 나도 그랬다. 아버지가 단신 월남한 실향민이라 친척도 별로 없었다. 아버지의 외사촌과 외숙모가 홍제동에 살았는데, 설이 되면 아버지는 동생을 데리고 그 집으로 세배를 같다. 그 .. 2022. 12. 15. 아버지의 유산 ‘아버지의 유산’ 은 작가 ‘필립 로스’가 뇌종양이 생긴 아버지의 투병과 죽음을 지켜보는 과정을 기록한 자전적 에세이다. 1992년 전미 도서 비평가 협회상을 수상한 작품이기도 하다. 아내를 잃고 혼자 지내던 86세의 부친이 뇌종양 진단을 받았다. 그의 부친은 고등교육을 받지 못했지만 평생 보험회사원으로 근무하며 관리직까지 올랐던 사람이다. 처음에는 안면근육마비로 알았는데, 알고 보니 뇌에 종양이 자라고 있었다. 고령에 위험한 뇌수술을 받아야 할 고비에 처한 아버지는 결국 수술을 받지 않기로 한다. 환자의 나이가 많아 수술을 받고 치료를 해도 회복의 가능성이 적을 때, 과연 고통을 감수하며 끝까지 병마와 싸우는 것이 옳은가를 생각게 하는 대목이다. 로스는 이미 소설가로 유명세와 재산을 모두 갖고 있었다... 2022. 12. 7. 이전 1 ··· 13 14 15 16 17 18 19 ··· 5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