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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모음

이념과 파벌의 싸움

by 동쪽구름 2020. 8. 21.

한국의 지방선거가 이제 2달 남짓 남았다. 이번 선거의 변수로는 미투 운동과 인물난 등이 꼽히고 있다. 벌써 몇몇 유력 정치인들이 불출마를 선택했고, 인물난을 등에 없고 한때 뒷전으로 물러 났던 옛 정치인들이 다시 기웃거리고 있다.

 

대선, 총선, 지방선거, 그리고 이런 선거 뒤에는 보궐선거까지, 거의 매년 선거를 치르고 있다. 다수의 지지를 받은 이들을 지도자로 삼겠다는 뜻과 달리 작금의 선거는 그들만의 잔치 (다툼이 더 맞는 말이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후보의 자질과 역량보다는 이념과 파벌의 싸움으로 변질된 요즘의 선거에서 유권자들은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 이는 미국도 다를 것이 없다.

 

언제부턴지 언론은 이념과 정치 노선에 따라 다소 편파적인 보도를 하며 사람들을 갈라놓기 시작했다. 정보가 넘쳐나는 세상에서 보고 싶고 듣고 싶은 것만 골라보기는 쉬운 일이다. 사람들은 자기가 보고 들은 것만이 진실이라고 믿기 시작했다.

 

보수와 진보로 양분화된 유권자들의 세가 비슷해지자, 선거의 판세는 소수계층의 표로 판가름 나기 시작했다. 정치인들은 자신의 소신과는 상관없이 낙태, 동성결혼, 안락사 같은 이슈에 대하여 애매모호한 태도를 취한다. 소수계층의 비위를 맞추고 그들의 표심을 잡기 위함이다. 

 

결국 어느 정당 후보나 비슷한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그 결과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이라는 예측 밖의 사태를 몰고 오고 말았다. “물에 술 탄 듯, 술에 물 탄 듯” 흐리멍덩한 기성 정치인들은 감히 꺼내지 못했던, 대다수 백인들이 듣고 싶어 하는 말로, 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기 때문이다.

 

잦은 선거는 비 생산적이며 소모적이다. 선거에는 많은 인력과 돈이 필요하다. 힘들게 선거에서 승리하여 당선된 이들은 처음 2년 동안은 자신의 당선을 위해 힘쓰고 도와준 이들에게 보답하는 일에 시간을 보내게 된다. 그리고 다음 2년은 재선을 위한 준비에 바쁘다. 선거 자금을 모아야 하고 유권자들의 환심을 사기 위한 선심정책을 내놓아야 한다.

 

한국에서 두 전직 대통령이 수감되어 재판을 받게 된 상황도 이런 선거 방식과 무관하지 않다. 대통령 후보가 되기까지 국회의원부터 시작하여 오랜 세월 정치 활동을 해 온 사람들이다. 그동안 이들을 보좌하고 따르며 아낌없이 희생한 이들도 주변에 많을 것이며, 그들을 믿고 재정적 지원을 한 사람들 또한 적지 않을 것이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대가 없는 봉사도 없는 법이다. 권력을 잡은 후에 받게 될 보상을 기대하며 그 곁을 지켰던 사람들에게 빚을 갚아야 한다. 장관 자리도 내어 주고, 청와대 보좌관 자리도 내어 주고, 자리가 없으면 돈이라도 좀 집어 주어야 하니 비자금이 필요할 수밖에…이 점에 있어 현 정권도 결코 자유스러울 수 없을 것이다. 

 

문제는 정치인들에게 주어진 권력의 힘이 너무 세다는 것이다. 함부로 자리를 내어 줄 수도 없고, 이권 사업을 넘겨줄 수도 없다면, 그들의 주변에서 맴도는 이들의 숫자도 줄어들지 않을까. 

 

안정된 사회에서는 정치인의 얼굴이 바뀌었다고 해서 국민의 삶이 하루아침에 달라지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도 줄어들게 된다. 지난해 LA 지방선거의 경우 투표율은 12% 였다. 과연 12% 가 결정한 것을 대수의 의견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민주주의의 앞날이 걱정되는 부분이다.

 

(2년 전 한국의 지방선거를 앞두고 썼던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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