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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찌그러져도 동그라미입니다

by 동쪽구름 2026. 7. 29.

LA시립 도서관에 가면 한국책 코너가 있다. 소설, 에세이, 인문학 서적 등, 꽤 많다. 아쉬운 점은 업데이트가 잘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신간 서적, 그중에서도 베스트셀러는 찾아보기 힘들다. 그러다가 LA 한인타운에 생긴 알라딘 중고책방을 통해 한국에서 책을 구입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일정액 이상을 구입하고 4-6주 배편을 이용하면 운송비를 할인받아 책을 살 수 있었다. 중고책 치고는 가격이 다소 비싸기는 했지만, 중고책이라고 해도 새 책과 다름없었고, 무엇보다 보고 싶은 한국책을 미국에서 받아 볼 수 있다니 얼마나 좋던지. K타운 가게에 책이 들어올 때 함께 보내, 미국에서 배송했던 것 같다. 그 후 코로나 팬데믹 때는 배편을 이용한 배송은 없어져 다소 비싼 수수료를 내고 DHL을 통해 한국에서 직접 받아보는 방법으로 책을 구매했다. 팬데믹이 사라지자, 다시 4-6주 무료배송이 시작되며 이번에는 구매액 제한이 없어졌다. 한 권을 사도 무료배송을 해 주었다.

 

지난봄, LA 알라딘이 문을 닫았다. 이민 1세의 노령화와 함께 한국 책을 찾는 이들이 줄어들어 더 이상 영업을 하기가 어려웠던 모양이다. 그와 함께 무료배송은 사라졌고, 책을 사려면 다소 부담스러운 가격의 송료를 부담해야 한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전자책 이-북이다. 한국 전자책은 킨들은 사용할 수 없으며, 별도의 이북 리더기를 구입하거나, 서점이 제공하는 앱을 태블릿/컴퓨터, 또는 전화기에 다운로드하여 사용해야 한다.


전자책은 구입 또는 대여로 볼 수 있다. 아쉬운 것은 미국에서는 베스트셀러가 모두 전자책으로도 제공되는데, 한국 서점의 전자책장에서는 베스트셀러를 찾아보기 힘들다는 점이다. 아마도 저자와 도서출반계의 수입과 관련이 있는 일이라고 짐작만 할 뿐이다.

 

책은 읽기 위해 사거나 빌리지만 이것도 물건인지라 만지고 간직하는 소유욕이 있다. 새 책을 사들고 펼쳐 아무도 만져보지 않은 책장을 넘길 때 손끝에 전해지는 촉감, 은근한 종이 냄새 등이 그렇다. 킨들 같은 가벼운 독서용 기기는 분명 편리하다. 침대에 누워서 볼 수 있고, 어두운 방에서 따로 불을 켜지 않고도 읽을 수 있다. 하지만 종이 책을 읽으며 책장을 넘기는 그 기분 또한 독서의 즐거움이다.

 

최근에 구입해서 읽은 ‘김창완’의 책 ‘찌그러져도 동그라미입니다’를 이야기하려고 시작한 글인데 사설이 너무 길어졌다.

 

이 책은 그가 23년 동안(1993년~2024년 3월) 매일 아침 라디오 ‘아름다운 이 아침 김창완입니다’를 진행하며 오프닝으로 띄웠던 ‘아침 편지’들을 한데 모은 에세이집이다. 책의 제목은 그가 어느 날 라디오 오프닝에서 전했던 이야기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손으로 동그라미를 그리다 보면 완벽하게 동그란 모양은 몇 개 나오지 않습니다. 조금 찌그러지고 모난 것들이 태반이죠. 그렇다고 우리가 그걸 '세모'나 '네모'라고 부르지는 않습니다. 찌그러졌어도 분명 '동그라미'입니다.

우리 삶과 일상도 마찬가지입니다. 매일이 완벽하고 근사하지 않아도, 조금은 일그러지고 실수투성이인 하루라도 그것 역시 소중한 우리의 삶이자 동그라미입니다."

 

라디오 오프닝으로 썼던 글들이라 길지 않고 짤막하다. 순서가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니다. 커피 한 잔 앞에 놓고 아무 데나 펴서 몇 페이지 가볍게 읽기 좋다. 그렇다고 내용이 가벼운 것은 아니다. 소소한 일상이지만 그 안에 삶과 인생이 들어 있고 철학이 들어 있다. 산울림의 노래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해할 것이다. 어눌하지만 절대 어수룩하거나 어리석지 않고, 어렵지 않지만, “툭” 우리의 감성을 건드리고 가면 그 여운이 오래 남는다.

 

“흔들리는 어른의 모습도 자연스럽다고 생각합니다. 준비된 어른이 되기보다는 늘 새로운 어른이길 바랍니다.” (91페이지)

 

“가끔은 무료하거나 심심해도 괜찮습니다… 혹시 빈 시간이 생기면 그 시간은 비워두기를 저는 강추합니다. 제발 가만히 좀 계세요.” (113 페이지)

 

“세상천지에 사랑이 넘쳐도 내가 해야 사랑이지요.” (199 페이지)

 

“이별 앞에서 웬만한 일은 다 용서가 되지요… 용서하는 게 아니라 미워했던 나를 용서하는 건지도 모를 일입니다.” (293 페이지)

 

큰 기대하지 않고 샀던 책인데, 공감하며 재미있게 읽었다.

 

P.S. 종이 책이 좋은 점 하나 더 – 난 재미있게 읽은 책을 주변 친구들에게 권하며 빌려주곤 하는데, 전자책은 빌려 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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