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칼럼 모음

1,000명을 한 줄로 세우는 사회

by 동쪽구름 2022. 12. 16.

12월 2일 미주 중앙일보에는 “1,000명을 한 줄로 세우는 사회에는 앞날이 없다”는 제목의 ‘김형석의 100년 산책’이 실렸다. 이 글을 읽으며 한국의 ‘부익부 빈익빈’ 사슬과 양극화 현상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는 미국에 사는 딸 셋 그리고 미국에서 자유로이 잘 자라 의사가 되고 애플의 중견사원이 된 손자 손녀를 자랑했다. 그리고 한국 교육정책의 후진성을 지적했다. 

 

“초등교육은 중등교육의 예비기간이 되고, 고등학교 교육은 대입을 위한 과도기가 되었다. 성적 평가가 인간 평가의 기준이 되어 점수에 매달려 자율적인 학습은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정상적인 학교교육보다 학원이나 입시 준비의 노예가 되었다.” 

 

그는 큰손녀를 예로 들었다. 고등학교 2학년이 된 손녀는 학교 성적이 B 정도였다. 그런 성적으로는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없었다.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손녀를 보기 힘들어 1년 손해를 보더라도 미국에 보내 고등학교 과정을 마치게 했다. 그러자 그 손녀는 자기가 하고 싶은 공부를 해 박사학위까지 취득하고, 일리노이 주립대학 교수가 되었다고 한다. 

 

또 다른 손주들 중에도 고등학교 과정부터 미국으로 가 대학을 끝내고 귀국한 아이들이 있다. 미국에서 폭넓은 인문학 과정과 영어를 수료한 이들은 귀국해서 원하는 분야의 직장에 들어가 국제무대에 진출했다. 후배 교수 중에는 자녀교육 때문에 부인은 귀국하지 못하고 혼자 지내는 교수들이 많다고 한다. 

 

어디 대학교수들 뿐인가, 한국의 재벌가나 정치인들 치고 자녀를 미국이나 기타 외국으로 유학 보내지 않은 사람이 드문 것으로 안다. 연예인들도 배우자와 자녀를 미국으로 보낸다. 

 

정치인이나 재벌은 사회의 지도층이다. 지도층이란 그 사회를 이끄는 리더들이다. 리더에게는 잘못된 것을 고치고 바로 잡아 그 사회가 바른 길로 가도록 이끌어야 하는 책임이 있다. 그러라고 뽑아 준 것이다. 그런데 그 사람들이 문제를 직시하고 고치기는커녕 슬쩍 비켜가고 있다니. 

 

미국에 유학을 와서 공부하려면 상당한 비용이 든다. 유학생이 아르바이트해서 공부할 수 있던 시절은 지났다. 유학생 비자로는 원천적으로 취업이 불가능하다. 미국의 주립대학은 주민의 자녀에게는 학비를 낮추어서 받는다. 가정 형편에 따라 정부 또는 학교로부터 재정보조를 받기도 한다. 

 

유학생은 이보다 훨씬 비싼 등록금을 내야 한다. 기숙사비나 생활비도 만만치 않다. 서민은 물론 중산층 가정도 쉽게 유학을 보내지 못하는 이유다. 

 

돈 있는 집 자녀들은 부모덕에 성적이나 수능의 스트레스 없이 외국에서 공부를 마치고, 귀국하면 외국어 능력과 선진교육을 내세워 취업전선에서도 유리한 위치를 점한다. 비싼 과외비를 지불하고 밤늦도록 자율학습에 시달리며 겨우 대학에 들어갔던 비유학파는 결국 고시원에 들어가 공무원 시험 준비나 해야 하는 것이 한국의 교육 현실이다. 

 

1,000명을 한 줄로 세우는 사회가 한국의 현실이라면, 지도층 인사들은 자녀들과 함께 그 줄에 서야 한다. 그 줄에 서기 싫으면 법과 제도를 바꾸어 그 줄을 없애면 된다. 줄을 피해 도망 다니는 것은 리더의 덕목이 아니다. 

 

'칼럼 모음'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사지 놀이  (2) 2023.01.14
뒷간과 사돈집은 멀어야 한다  (3) 2022.12.30
삶이 던지는 질문은 언제나 같다  (3) 2022.11.10
생일파티  (2) 2022.10.15
남존여비  (2) 2022.0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