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 이야기

안락사

by 동쪽구름 2021. 3. 2.

‘수잔 서랜든’ 주연의 영화 ‘완벽한 가족’(Blackbird)을 보았다. 영화는 ‘릴리’(수잔 서랜든)의 남편 ‘폴’(샘 닐)이 닭에게 모이를 주고 식물을 돌보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알람이 울리고, 힘겹게 일어난 릴리는 오른팔 하나로 다리를 옮기고 힘겹게 옷을 입는다. 한눈에 그녀에게는 심각한 장애가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가족들이 도착한다. 큰 딸 ‘제니퍼’의 가족이 오고, 작은 딸 ‘애나’(케이트 윈슬렛)가 동성의 애인 ‘크리스’와 조금 늦게, 그리고 릴리의 절친 ‘엘리자벳’이 도착한다.

 

루게릭병 환자인 릴리는 병세가 더 깊어져 혼자 힘으로 일어날 수도 밥을 먹을 수도 없는 상태에 이르기 전에 안락사를 하기로 결심했다. 이미 가족들과 사전 조율을 마쳤고, 마지막 며칠을 함께 보내고자 모인 것이다. 

 

의사인 폴이 그녀의 안락사를 도울 것이다. 이미 필요한 약을 주문해 두었고, 2박 3일 마지막 날, 그녀에게 약을 줄 것이다. 제니퍼는 어머니의 의사를 존중할 준비가 되어 있지만, 작은 딸 애나는 이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그녀는 어머니가 약을 먹으면 911에 신고를 해서 그녀의 안락사를 중단시키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릴리는 가족들에게 때 이른 크리스마스 저녁을 함께 보내자고 한다. 사위와 손자에게 숲에 가서 트리를 만들 나무를 잘라 오라고 하고, 폴과 엘리자벳, 그리고 제니퍼에게 음식 준비를 부탁한다.

 

화장을 하고 빨간 드레스로 화사하게 치장을 한 릴리가 식탁에 앉자 마지막 만찬이 시작된다. 그녀는 식구들에게 하나씩 선물을 건넨다. 손자에게는 용돈이 들어 있는 책을, 작은 딸에게는 어머니에게서 물려받은 반지를, 사위에게는 반짝 불이 들어오는 나비넥타이를, 큰 딸에게는 여성용 자위기구와 남편에게서 받았던 팔찌를, 작은 딸의 연인에게는 그녀의 나이 때 샀던 팔찌를, 절친에게는 함께 여행하며 샀던 목걸이를, 그리고 남편에게는 결혼반지를 돌려준다.

 

남편에게 반지를 돌려주는 의미는 아마도 내가 떠난 후에 다른 사랑을 만나도 좋다는 의미가 아닌가 싶다. 큰 딸에게 준 자위기구에도 나름 숨겨진 의미가 있는 것 같다. 한동안 딸과 사위의 육체관계가 원만치 않았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영화가 좀 더 진행되면 그런 확신이 드는 장면이 등장한다. 

 

두 딸의 다툼으로 저녁은 어수선하게 끝이 난다. 잠시 후, 제니퍼는 아버지가 어머니의 절친 엘리자벳과 깊은 키스를 나누는 장면을 목격한다. 가족앨범을 들추어 본 후, 그녀의 의심은 확신으로 바뀐다. 가족의 명절과 휴가 사진에는 하나같이 엘리자벳이 들어 있었던 것이다. 

 

안락사가 예정되어 있는 마지막 날 아침이다. 릴리는 가족들에게 평소와 같은 보통의 일요일을 보내게 해 달라고 부탁한다. 

 

제니퍼는 그녀에게 안락사를 재고해 달라고 말한다. 그녀는 아버지가 사랑에 빠져 병든 어머니를 서둘러 잠재우려 한다고 생각한다. 결국 그녀는 모든 사람 앞에서 아버지가 엘리자벳과 바람이 났다고 공개한다. 그때 릴리는 자신의 부탁으로 두 사람이 사귀게 되었다고 말한다. 혼자 남을 남편을 절친에게 부탁했던 것이다. 

 

자기 의지로 태어난 사람은 없다. 생명은 우리에게 주어진 것이다. 행인지 불행인지 알 수 없지만 삶을 끝내는 일은 우리가 선택할 수 있다. 누구의 삶이 살 가치가 있는지 없는지는 각자의 생각에 달려 있다. 

 

나는 장애인이라 나이가 더 들고 병이 들면 아마도 남들보다 빨리 상황이 나빠질 것이다. 지금도 내가 할 수 없는 일들이 많은데 그때는 더 늘어날 것이다. 

 

'안락사'는 참을 수 없는 고통을 겪고 있으면서 회복 불능의 질병을 앓고 있는 의식이 있는 환자가 스스로의 결정으로 그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의료적 조치를 취하는 방법이며, '존엄사'는 현대의학으로 회복 가능성이 거의 없는 환자가 인위적으로 생명을 유지하는 장치를 보류하거나 중단하여 자연스러운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하는 조치라고 한다.

 

나는 존엄사는 주저하지 않고 선택할 것이다. 하지만 안락사는 조심스럽게 접근할 생각이다. 힘들다고 죽어버리면 그것으로 나의 고통은 끝이 난다. 하지만 때 이른 나의 죽음은 가족과 친지들에게는 상실이며 또 다른 고통일 수 있다.

 

'영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출생의 비밀  (0) 2021.03.18
침묵이 주는 평화  (0) 2021.03.08
퍼펙트 케어  (0) 2021.02.25
떠돌이 인생  (0) 2021.02.23
뜨거운 영화  (0) 2021.0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