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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이야기

미국 대통령 선거

by 동쪽구름 2020. 11. 5.

미국 대통령 선거는 어제 끝났다. 아침에 눈을 뜨면 당연히 선거 결과를 알겠거니 했었다. 4시 반에 눈이 떠져 스마트 폰을 켜니 아직 개표가 끝나지 않은 몇 곳의 경합주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앞서고 있다. 또 4년을 참고 기다려야 하나 하는 생각을 하고 다시 눈을 붙였다.

 

오전 9시, 아침을 먹고 TV를 켜니 경합주 두 군데서 역전이 되어 미세하지만 바이든 후보가 앞서고 있다. 부재자 투표용지를 개표하며 예상대로 민주당 표가 많이 나오고 있다. 바이든의 당선 가능성이 조금씩 올라가고 있다. 

 

오늘 오후, 아니면 하루나 이틀을 더 기다려야 당락을 알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트럼프는 부재자 투표에는 부정 투표용지가 들어있으니 개표를 중단하고 자신의 당선을 인정해야 한다며 흥분하고 있다.

 

개표 상황을 보면 미국은 이제 완전히 두 동강이 났다. 대도시가 모여있는 동부와 서부는 민주당, 미국 영토의 2/3를 차지하는 중부는 온통 트럼프 세력이다.

 

미국의 중부는 가도 가도 끝이 보이지 않는 벌판에 인구분포도 적고 농부들이 많이 산다. 교육 수준이 낮고, 상대적으로 소득도 적다. 가을이면 농장에서 소나 돼지를 잡아 겨울을 나고, 여자들도 총을 들고 사냥에 나서며, 사냥해서 잡은 동물은 대부분 식재료로 먹는 사람들이다. 미국산 차는 대부분 이들이 타고 다닌다.

 

대도시에는 고학력 전문인력들과 다양한 타인종들이 산다. 이들은 다분히 진보적이며 소수의 목소리를 존중한다. 일본산 차는 대부분 이들이 타고 다니며, 중산층과 저소득층이 지역을 갈라서 산다.

 

미국의 선거는 각 주마다 인구수에 따라 대의원이 주어지고, 그 주에서 승리한 후보는 대의원을 모두 가져가는 방식이다. 대통령에 당선되려면 270석의 대의원을 확보해야 한다. 전 국민 투표에서 더 많은 표를 얻어도 대의원 수를 확보하지 못하면 선거는 지게 된다. 고어 부통령은 54만 7천 표를 더 얻고도 부시에게 패했으며, 힐러리는 3백만 표를 더 얻고도 트럼프에게 패했다. 이는 미국이 50개 주가 모여 이루어진 합중국이며 각 주의 독립성과 대표성이 반영되기 때문이다. 

 

대의원 수가 많은 캘리포니아 주는 민주당의 텃밭이다. 선거운동을 하지 않아도 민주당 후보가 이긴다. 그런 탓에 이번 선거에서도 트럼프와 바이든 모두 캘리포니아에서는 제대로 된 선거유세를 하지 않았다. 

 

4년마다, 한국의 경우는 5년, 벌어지는 대선을 보며 과연 민주주의가 공평하며 좋은 제도인가 하는 의문을 갖게 된다. 대선은 4년마다 벌어지지만 국회의원, 지방선거 등으로 거의 매해 선거가 있다. 선거는 매우 소모적인 제도다. 엄청난 광고와 비난이 쏟아지고, 유권자를 현혹하는 잘못된 정보가 난무한다. 후보들은 지키지 않을 약속을 마구 쏟아내고, 장기적으로는 사회에 부담이 되고 해가 될 수 있는 일도 주저하지 않는다. 

 

바이든과 트럼프,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양분된 미국이 다시 하나로 뭉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트럼프가 선거 결과에 불복하고 소송과 선동을 계속한다면, 단순하고 다소 무지하기까지 한 그의 지지자들이 어떤 행동을 하게 될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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