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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2

누울 자리 6촌 동생의 생일에 다녀왔다. 나와 내 동생, 우리가 아저씨라 부르는 아버지의 6촌 동생, 그리고 생일을 맞은 6촌 동생네, 이렇게 4집이 모였다. 일가친척이 귀한 실향민의 자식들이다 보니 촌수와 상관없이 가깝게 지낸다. 지난해 작은 아버지가 돌아가시며 부모님 세대는 모두 떠나시고, 이제 우리 시대가 되었다. 모이면 화제는 정치도 연예인의 스캔들도 아니다. 주변에서 갑자기 세상을 떠난 이들의 이야기로 시작해서 복용하는 약, 어디 아픈 데는 무엇이 좋다더라는 이야기들이다. 이날은 무릎이 아파 지팡이를 짚고 온 숙모 탓에 자연스럽게 몸 아픈 이야기로 시작해 장지준비로 이어졌다. 6촌 동생의 아내가 장지를 마련하려고 요즘 여기저기 알아보고 있다고 한다. 나와 내 동생은 부모님 돌아가신 후 장지를 사 두었다. .. 2024. 4. 12.
꽃피는 봄에 그놈들이 돌아왔다. 음력 설이 빨라 금년에는 봄이 일찍 올 것을 예상했는데, 역시 절기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음력설이 지나자 바로 그놈들이 얼굴을 내놓기 시작했다. 그놈들이란 우리 집 뒷동산에 피는 금잔화들이다. 우리 집은 뒤로는 집들이 없이 나지막한 언덕이며 나는 이 언덕을 뒷동산이라고 부른다. 그곳에는 이런저런 이름 모르는 풀과 옆집에서 슬금슬금 넘어온 선인장, 그리고 야생 해바라기가 자란다. 금잔화가 모습을 드러낸 것은 10년쯤 전의 일이다. 어느 해 봄, 느닷없이 언덕 윗자락에 꽃이 피었다. 새들이 날아온 씨앗이 싹을 튼 것인지, 아니면 언덕 위 어느 집에서 내버린 씨앗인지 알 수 없다. 한번 발을 들여놓더니 매년 옆으로 아래로 조금씩 영토를 넓혀 이제는 아래위로 가득하다. 몇 년 전 비가 많.. 2023. 2.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