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6 유화 (4) 봄 학기도 2/3가 지나, 한 달 남짓 남았다. 벌써 다음 학기 스케줄이 나왔다. 유화 II에 등록을 했다. 가을 학기에는 수업 시간이 바뀌어 오전 11시에 시작한다. 미국 대학에는 일하며 공부하는 학생들이 많다. 특히 2년제 커뮤니티 칼리지에는 성인들이 많아 스케줄이 때문에 원하는 수업을 듣지 못하는 경우도 생긴다. 아마도 학교에서는 그런 점을 감안해서 학기마다 수업시간을 조절하는 것 같다. 어제는 지난 과제 #2와 #3을 한꺼번에 평가하는 시간이었다. 이런 날은 별도의 수업은 없다. 학생들이 그린 그림을 벽에 걸어놓고 하나씩 평가하며 의견을 나누는 시간이다. 그림을 보고 의견을 나누는 것만으로도 많은 공부가 된다. 그림을 모두 완성해서 가지고 온 사람들도 있지만, 더러는 다 끝내지 않은 그림을 가지.. 2025. 5. 3. 아크릴화 II (3) 공부를 잘하는 사람은 하나를 배우면 둘과 셋을 스스로 깨우친다고 하지만 그다지 잘하지 못하는 사람도 계속하다 보면 깨달음이 오는 때가 있다. 요즘 내가 그렇다. 아내가 대단한 작가(artist)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아내는 10여 년 전, 5-6년 동안 LAVC에서 거의 모든 미술 실기 공부를 했다. 그림 그리기 (drawing/life drawing), 수채화, 아크릴, 유화 등을 기초반부터 상급반까지 들었고, 나중에는 독자적으로 수업을 이어가는 independent 클래스도 들었다. 그 후 조카아이들이 우리와 함께 살게 되며 아이들 뒷바라지하느라 붓을 놓았다. 그렇게 10년이 흘렀다. 학교 수업을 들어보니 미술 클래스에서 한 학기에 실제로 그리는 그림의 숫자는 3-4개에 불과하다. 화가로 인정.. 2024. 11. 10. 아크릴화 I (6) 학기가 끝이 났다. 마지막 과제물은 기억 속 한 장면, 또는 물건을 추상적인 이미지로 나무, 유리, 철판 등, 캔버스가 아닌 표면에 그리는 것이었다. 나는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종이 상자를 이용하기로 했는데, 아내가 큰 물건을 살 때 따라온 골판지를 골라 주었다. 두툼한 골판지였는데, 판지 사이의 물결 모양 골 때문에 생각지도 않았던 멋진 효과가 생겨났다. 보기에는 아무렇게나 그린 것 같지만, 추상화는 대상을 잘 관찰하고 이미지를 잘라 작가 나름 해석을 해서 그리는 그림이다. 나는 세 가지 스케치를 해서 교수에서 보여 주었다. 내가 선택한 세 가지 소재는 (1) 역마차와 말 – 내 나이 6-7살쯤 되었을 무렵의 일이다. 아직 소아마비를 고쳐보겠다고 이곳저곳을 전전하던 때다. 침과 뜸 치료를 받고 있었.. 2024. 5. 30. Drawing I (1) 내 나이 13-14살 중학생 나이쯤 되었을 때의 일이다. 아버지는 내게 장래 직업이 될만한 기술을 가르쳐야겠다고 생각하셨던 모양이다. 하루는 내게 시계수리와 그림 중 어느 것을 배우고 싶으냐고 물었다. 그림쟁이는 밥 먹고 살기 어렵다고 들은 것이 있어, 시계수리를 배우겠노라고 했다. 아버지도 그 답을 기대하셨던 모양이다. 얼마 후 길 건너 시계 수리점의 주인에게서 시계수리를 배우기 시작했다. 난 시계수리에 재미를 붙이지 못했고, 소아마비로 왼쪽 엄지손가락을 잘 쓰지 못해 정교한 작업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결국 시계수리 공부는 몇 달 후 흐지부지 되고 말았다. 그때 아버지에게 그림 공부를 하겠다고 말하지 못한 것을 두고두고 후회했다. 나이가 들고 시간의 여유가 생기자 그림 공부에 대한 욕구가 다시 생겨.. 2022. 4. 18. 이전 1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