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상화4 아크릴화 I (6) 학기가 끝이 났다. 마지막 과제물은 기억 속 한 장면, 또는 물건을 추상적인 이미지로 나무, 유리, 철판 등, 캔버스가 아닌 표면에 그리는 것이었다. 나는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종이 상자를 이용하기로 했는데, 아내가 큰 물건을 살 때 따라온 골판지를 골라 주었다. 두툼한 골판지였는데, 판지 사이의 물결 모양 골 때문에 생각지도 않았던 멋진 효과가 생겨났다. 보기에는 아무렇게나 그린 것 같지만, 추상화는 대상을 잘 관찰하고 이미지를 잘라 작가 나름 해석을 해서 그리는 그림이다. 나는 세 가지 스케치를 해서 교수에서 보여 주었다. 내가 선택한 세 가지 소재는 (1) 역마차와 말 – 내 나이 6-7살쯤 되었을 무렵의 일이다. 아직 소아마비를 고쳐보겠다고 이곳저곳을 전전하던 때다. 침과 뜸 치료를 받고 있었.. 2024. 5. 30. 머리에 쥐가 날 지경이다 학기가 끝나 간다. 이제 2주 남았다. 학기는 끝나가는데, 그림이 늘었다는 생각보다는 자꾸 “아, 나는 그림 그리는 재능은 없는 모양이다.”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모범학생이다. 수업에 빠진 적도 없고, 과제물이 늦은 적도 없다. 배운 대로, 담당교수의 가르침대로 스케치를 하고, 그림을 그렸다. 그럼에도 학기가 끝나가는 요즘 그림이 늘었다는 느낌보다는 이것이 나의 한계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첫 번째 그림에서는 만점을 받았는데, 두 번째 그림에서는 C를 받았고, 이번에 제출한 그림도 기대에 못 미칠 것 같다. 며칠을 곰곰이 생각한 끝에 몇 가지 문제점을 찾아냈다. 소재에 창의력이 없다. 교수가 정해준 틀에서 그림을 그릴 때는 모두가 비슷하게 그리기 때문에 별 차이가 없다. 이때는 테크닉에 따라.. 2024. 5. 23. 2D Design (1) 이번 학기에는 Two Dimension Design 코스를 수강한다. Drawing II를 비롯해서 다른 art 클래스를 듣기 위해서는 꼭 들어야 하는 과목이다. 이제 3주가 지났는데, 지금까지는 다양한 모양의 선을 공부했다. 선의 모양이나 배열에 따라 작품은 여러 가지 감정과 메시지를 전달한다. 담당 교수는 40대 정도로 보이는 백인 여성이다. 앞서 두 학기 동안 경험했던 교수들과 달리 매우 캐주얼한 편이다. 수업은 교수가 올려놓은 30-40분짜리 강의 영상과 노트 그리고 유튜브 영상 등이다. 일요일 밤에 다음 주 강의와 과제물이 올라온다. 정해진 수업시간은 따로 없고 학생들이 편한 시간에 들어가 보고 들으면 된다. 교수와 면담을 원하면 미리 약속을 잡아 수요일에 줌미팅을 할 수 있다. 장르는 추상화다.. 2023. 2. 24. Drawing I (3) 이제 학생 수는 5명으로 줄었다. 담당 교수인 David Bishop 은 미술에 대한 엄청난 열정을 가지고 있다. 가르쳐 주고 싶은 것도 많고 하고 싶은 말도 많은데, 학생들이 제대로 따라오지 못하는 것을 안타까워하는 모습이 보인다. Drawing I 은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조금 다른 클래스다. 나는 주로 연필로 그림 그리기를 배우고 연습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했는데, 매주 새로운 소재와 다양한 기법이 등장한다. 지난주에는 표현주의 기법을 배웠다. 눈에 보이는 대상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작가의 감정을 선으로 표현한다. 다분히 추상적이다. 내가 느끼는 감정을 선으로 표현한다? 생각해 보니, 내가 느끼는 감정이 과연 무엇인지 조차 짐작이 가지 않았다. 그러니 어찌 제대로 된 작품이 나올 수 있겠나. 나는 그동.. 2022. 5. 6.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