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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3

고령자의 가을 어느새 가을이 성큼 다가왔다. 며칠 전 날씨 앱을 보니 기온이 떨어진다고 해서 히터의 온도를 69도에 맞추어 놓고 잤다. 새벽에 두어 차례 히터가 돌았다. 어제는 아내가 침대의 이불을 바꾸고, 그동안 쓰던 여름용 이부자리를 세탁했다. 얼마 전까지 하늘을 향해 꼿꼿이 몸을 세우고 있던 뒷마당 나무의 잎사귀들도 모두 아래로 고개를 떨구고 울긋불긋 가을색으로 물들어 간다. 성급한 놈들은 벌써 떨어져 바닥을 뒹굴고 있다. 아침에 카이저 보험에서 부스터 샷을 예약하라는 이-메일이 왔다. 내게만 오고 나보다 나이가 어린 아내에게는 오지 않았다. 신문을 펼치니, 65세 이상의 고령자부터 먼저 놓아준다는 기사가 실려 있다. 그럼 내가 고령자란 말인가? 나보다 몇 살 아래인 한국의 지인은 얼마 전에 “아버님” 소리를 들.. 2021. 10. 31.
사랑 이야기 ‘노멀 피플’(Normal People) 은 아일랜드 작가 ‘샐리 루니’의 두 번째 작품이며, 3대 문학상인 맨부커상 후보작으로도 올랐던 베스트셀러다. 2011 - 2015년 사이, 주인공 ‘코넬’과 ‘메리앤’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젊은이들의 사랑이야기다. 부잣집 딸인 메리앤은 학교에서 외톨이다. 아이들은 공부도 잘하는 그녀를 오만하다고 생각하며 싫어한다. 그녀의 참모습을 아는 사람은 코넬뿐이다. 코넬의 어머니는 메리앤의 저택에서 청소와 빨래를 하는 가사 도우미다. 둘은 오후를 함께 보내는 사이가 되지만, 코넬은 친구들의 시선을 피해 두 사람의 관계를 비밀로 한다. 그는 졸업 무도회 파트너로 다른 여자아이를 선택한다. 소식을 들은 메리앤은 충격과 상처를 받고 학교를 자퇴한다. 대학생이 된 두 사람은 우연히.. 2021. 3. 5.
침이 고인다 김애란의 소설집 ‘침이 고인다’에는 70-80년대를 살았던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보고 듣거나 경험했을 것 같은 이야기들이 실려있다. 그런데 그녀는 80년 생이다. 아마도 이런 일들은 2000년대 초까지도 이어졌던 모양이다. 어떤 이야기는 현재 진행형인 것도 있다. 그녀의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가난하고 척박하지만 지질하거나 구차하지는 않다. 초라하고 힘든 삶에도 나름 낭만과 재미가 있고, 내일에 대한 희망의 빛이 있다. 도도한 생활 – 아버지가 보증을 잘못 서는 바람에 집은 빚더미에 앉게 되고 화자는 언니가 세든 지하방으로 오게 된다. 장마에 지하방에는 빗물이 흘러들고, 동생은 일 나간 언니를 기다리며 빗물을 퍼낸다. 영화 ‘기생충’의 지하방을 연상하게 된다. 장마에 비가 오면 할머니는 부엌에 들어가 빗.. 2021. 2.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