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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개2

서울 음식 아내는 음식 솜씨가 좋다. 뭐든지 한두 번 먹어 보면 거의 비슷하게 만든다. 서양식 고기 요리며, 파스타, 제빵/제과에 떡 등도 모두 뚝딱 만들어 낸다. 다만 그녀가 만드는 고향 (안동) 맛의 반찬은 내 입맛과는 다소 다르다. 국에는 건더기가 많고 밑반찬의 간이 좀 세다. 나는 국은 국물 위주로, 반찬의 간은 싱거운 것이 좋다. 나의 외가는 양반은 아니지만 양반처럼 살고 싶어 하던 토박이 서울 중인 집안이다. 어린 시절을 외가에서 보낸 나의 입맛은 외할머니가 만들어 주던 음식에 길들여졌다. 오늘 아침에도 아내와 갈비 우거지 된장국을 놓고 이야기를 나누다가 과연 해방 전후 서울 음식에는 어떤 것이 있었는가를 찾아보았는데, 이렇다 할 자료를 찾지 못했다. 따라서 내가 어려서 외가에서 먹었던 것들이 그 시절 .. 2023. 10. 18.
꿀떡보다 맛있는 술떡 우리와 함께 사는 조카딸 아이는 고기를 좋아하는데, 어쩐 일인지 떡갈비를 다 안 먹고 수저를 내려놓는다. 어디 아프냐고 물으니 아내 말이 늦게 간식을 먹었다고 한다. 무얼 먹었냐고 물으니, 기지떡을 사 왔다고 한다. 기지떡이면 내가 좋아하는 술떡이 아닌가. 먹던 밥을 물리고 떡을 달라고 해서 게 눈 감추듯이 두 개를 먹었다. 참으로 오랜만에 먹어본 기지떡이다. 식성이 까다로웠던 외할머니는 술떡이라고 부르던 기지떡은 소화가 잘 된다며 좋아하셨다. 막걸리를 넣어 만든 탓에 시큼한 냄새와 맛이 나며 발효가 되었기 때문에 스위스 치즈처럼 구멍이 숭숭 나있는 떡이다. 50년 가까이 된 일이다. 그 무렵 재래시장에는 제대로 된 포장 용기도 없었다. 정육점에서 고기를 사면 신문지에 둘둘 말아 주고, 콩나물이나 두부는.. 2020. 7.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