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3 수도원 일기 우연한 기회에 알라딘 중고 책방을 알게 되어 여러 해 동안 한국 책을 주문해서 보아왔다. 펜데믹 이전에는 $50 이상 주문을 하면 6-8주가 걸리는 배편은 무료 배송이었고, 코로나 펜데믹이 시작되면서는 배편은 중단이 되고 DHL 항공편으로만 주문이 가능해졌다. 15-20%가량의 배송비를 지불하지만, 대신 책을 3-4일 내로 받아 볼 수 있는 편리함이 있었다. 금년 봄부터는 다시 배편 무료 배송이 시작되어 몇 차례 책을 주문했는데, 얼마 전 책을 주문하려고 하니 한국 주소를 입력하라고 한다. 어찌 된 영문인지 책값도 달러가 아닌 원화로만 나오고, 해외 주문 옵션은 사라졌다. 세상사 영원한 것은 없다. 모든 것은 변하고, 결국에는 사라진다. 오랜 세월 내 차를 정비해 주던 ‘밥’이 죽었고, 카이저의 주.. 2024. 7. 25. 누울 자리 6촌 동생의 생일에 다녀왔다. 나와 내 동생, 우리가 아저씨라 부르는 아버지의 6촌 동생, 그리고 생일을 맞은 6촌 동생네, 이렇게 4집이 모였다. 일가친척이 귀한 실향민의 자식들이다 보니 촌수와 상관없이 가깝게 지낸다. 지난해 작은 아버지가 돌아가시며 부모님 세대는 모두 떠나시고, 이제 우리 시대가 되었다. 모이면 화제는 정치도 연예인의 스캔들도 아니다. 주변에서 갑자기 세상을 떠난 이들의 이야기로 시작해서 복용하는 약, 어디 아픈 데는 무엇이 좋다더라는 이야기들이다. 이날은 무릎이 아파 지팡이를 짚고 온 숙모 탓에 자연스럽게 몸 아픈 이야기로 시작해 장지준비로 이어졌다. 6촌 동생의 아내가 장지를 마련하려고 요즘 여기저기 알아보고 있다고 한다. 나와 내 동생은 부모님 돌아가신 후 장지를 사 두었다. .. 2024. 4. 12. 가여운 영혼 주일 아침, 성당 미사에 참석하며 주위를 둘러보면 온통 노인들 뿐이다. 나만해도 50대에 성당에 다니기 시작해 이제 60 중반을 넘었다. 인구의 고령화는 교회에서도 진행 중이다. 늘 보이던 노인이 안 보이면 혹시 아픈 것이 아닌가 싶어 주변에 물어보게 된다. 몸이 아파 못 나오던 교우는 몇 주 후면 다시 나타나지만, 다투고 삐져서 떠난 교우는 시간이 지나도 나오지 않는다. 개인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대부분의 노인들은 다들 고집을 가지고 산다. 자신의 기억과 생각만이 옳으며 남들이 틀렸다고 굳게 믿는다. 노인들이 대화하는 것을 들어보라. 대개는 일방통행이다. 서로 자기 이야기만 하다가 간혹 귀에 거슬리는 소리가 들리면 그걸 트집 잡아 언쟁이 벌어진다. 나는 4년째 매일 5년 일기장에 일기를 .. 2023. 10. 21.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