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효자는 웁니다
출근길, 전화벨이 울리지 않는다. 오후가 되어도 전화는 오지 않았다. 나를 찾던 이가 이제 이 세상에 없기 때문이다.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어머니가 가시고 나니 평소에는 잊고 지내던 옛 기억들이 떠 오른다. 장애인 편의시설이라고는 전무하던 시절 아버지는 나를 학교에 보내지 않았다. 어머니는 며칠을 울고 떼를 쓰던 나를 달래고 안방 학교를 차려 내게 공부를 가르쳤다. 커다란 달력 종이 뒷면에 “ㄱ, ㄴ, ㄷ, ㄹ”을 쓰고 “ㅏ, ㅑ, ㅓ, ㅕ”를 써서 붙여놓고 “가, 나, 다, 라”를 가르쳐 주었다. 그렇게 한글을 배웠다. 덧셈, 뺄셈, 구구단도 그렇게 배웠다. 어머니는 자주 나와 내 동생에게 옛날이야기와 동화를 들려주곤 했는데, 훗날 집에 있는 책들을 읽다가 어머니의 비밀을 알게 되었다. 두꺼운 백과사전..
2020. 7.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