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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소3

누울 자리 6촌 동생의 생일에 다녀왔다. 나와 내 동생, 우리가 아저씨라 부르는 아버지의 6촌 동생, 그리고 생일을 맞은 6촌 동생네, 이렇게 4집이 모였다. 일가친척이 귀한 실향민의 자식들이다 보니 촌수와 상관없이 가깝게 지낸다. 지난해 작은 아버지가 돌아가시며 부모님 세대는 모두 떠나시고, 이제 우리 시대가 되었다. 모이면 화제는 정치도 연예인의 스캔들도 아니다. 주변에서 갑자기 세상을 떠난 이들의 이야기로 시작해서 복용하는 약, 어디 아픈 데는 무엇이 좋다더라는 이야기들이다. 이날은 무릎이 아파 지팡이를 짚고 온 숙모 탓에 자연스럽게 몸 아픈 이야기로 시작해 장지준비로 이어졌다. 6촌 동생의 아내가 장지를 마련하려고 요즘 여기저기 알아보고 있다고 한다. 나와 내 동생은 부모님 돌아가신 후 장지를 사 두었다. .. 2024. 4. 12.
사별과 재혼 B 씨가 재혼을 했다. 그는 3년 전 췌장암으로 세상을 떠난 아내의 고향 절친 M의 남편이다. 유방암 수술을 받고 회복하여 잘 지내던 그녀는 3년 전 췌장암이 발견된 후 병세가 급속히 나빠져 몇 달 만에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결혼하지 않은 두 딸과 지내던 그가 작년 연말에 재혼을 했다는 소식은 M의 언니가 전해 주었다. B 씨의 재혼을 두고 처가에서는 서운하게 생각하는 모양이다. 주변을 둘러보면 배우자와 사별 후 재혼은 여성보다 남성이 많은 것 같다. 여자들은 나이가 들어가며 사회성과 독립심이 강해지는 반면, 나이가 들수록 의식주를 아내에게 크게 의존하며 살던 남자는 결국 새로운 안식처를 찾게 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사별 후 언제 재혼을 하는 것이 적당한가에 대해서는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겠지만, 인터.. 2024. 3. 17.
떠날 준비 지난 연말의 일이다. 책상을 정리하던 아내가 수년 전 사두었던 묘지 계약서가 들어있는 폴더를 발견했다. 안에 보니 명함도 있다.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라고 하지 않았나. 생각난 김에 전화를 했다. 마침 장례보험의 무이자 할부판매가 곧 끝이 난다며 올해가 지나기 전에 오라고 한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니, 처음 겪는 일이라 난감했다. 하지만 이미 장지와 장례보험이 마련되어 있어, 전화를 하니 곧 사람이 와서 정중히 모시고 갔다. 상을 당했지만 아들인 내가 특별히 해야 할 일은 없었다. 앨범을 꺼내 사진을 골라 장례식에 쓸 슬라이드를 만들고, 성당에 연락해 연도와 장례미사를 준비하는 정도가 내게 주어진 일이었다. 어머니 때도 거의 비슷한 과정으로 장례를 마무리했다. 마지막 가는 길을 미리 준비하는 일.. 2022. 1.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