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공부6 아크릴화 II (4) 세 번째 그림 과제는 음악에서 받은 영감을 캔버스에 그리는 것이었다. 나는 평소 좋아하는 윌리 넬슨이 부른 ‘Angel Flying Too Close to the Ground’를 선택했다. 천사의 도시인 LA에는 다운타운을 중심으로 건물 벽이나 담장에 천사의 날개를 그려놓은 벽화가 무수히 많다. 대개는 천사 없이 날개만 그려져 있어 사람들이 가운데 서면 날개 달린 천사가 되는 것이다. 그림은 보통 2주에 걸쳐 마치게 되는데, 이번에는 추수감사절에 수업이 없어, 3주가 주어졌다. 첫 주에 그림을 거의 끝내고 학교에 가지고 가 교수에게 보여주니 날개를 고치는 것이 좋겠다고 한다. 집에서 아내가 보고 고치라고 했던 것이다. 고치고 싶긴 한데 고칠 엄두도 용기도 없다고 하니 자기가 도와주겠다며 고치자고 한다.. 2024. 12. 5. 아크릴화 II (2) 봄보다 가을에 시간이 빨리 가는 건지, 아니면 내가 나이가 더 들었기 때문인지, 이번 학기는 시간이 빨리 흘러간다. 별로 한 것도 없는데 벌써 절반이 지나갔다. 비록 한 학기에 한 과목씩이긴 하지만, 미술공부를 시작한 지 2년이 되었다. 시간이 지나면 그리기가 수월해질 줄 알았는데, 점점 더 어려워진다. 과제를 끝내고 나면 다음 과제물에 대한 걱정이 앞선다. 과제를 받고 나면 머리는 온통 그림 생각뿐이다. 적당한 스트레스는 정신건강에 좋다고 스스로에게 타이르지만, 이 나이에 왜 사서 고생을 하나 싶어 수강을 드롭할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중간고사로 받은 과제는 상자 안에 그리고자 하는 물건을 넣고 입체감을 살린 정물화를 그리는 것이었다. 아이디어는 좋았는데, 실기는 아직도 많이 부족했다. 원근법.. 2024. 10. 19. 머리에 쥐가 날 지경이다 학기가 끝나 간다. 이제 2주 남았다. 학기는 끝나가는데, 그림이 늘었다는 생각보다는 자꾸 “아, 나는 그림 그리는 재능은 없는 모양이다.”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모범학생이다. 수업에 빠진 적도 없고, 과제물이 늦은 적도 없다. 배운 대로, 담당교수의 가르침대로 스케치를 하고, 그림을 그렸다. 그럼에도 학기가 끝나가는 요즘 그림이 늘었다는 느낌보다는 이것이 나의 한계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첫 번째 그림에서는 만점을 받았는데, 두 번째 그림에서는 C를 받았고, 이번에 제출한 그림도 기대에 못 미칠 것 같다. 며칠을 곰곰이 생각한 끝에 몇 가지 문제점을 찾아냈다. 소재에 창의력이 없다. 교수가 정해준 틀에서 그림을 그릴 때는 모두가 비슷하게 그리기 때문에 별 차이가 없다. 이때는 테크닉에 따라.. 2024. 5. 23. 아크릴화 I (4) 화요일이면 Access 밴을 타고 학교에 간다. Access는 장애인을 위해 정부에서 운영하는 서비스다. LA 카운티의 경우, 구역을 넷으로 나누어 4개 회사가 영업을 하고 있다. 차를 이용하는 승객이 부담하는 편도 요금은 $2.75에 불과해 비용은 정부가 부담하는 셈이다. 일반 승용차부터 미니버스까지 다양한 차종이 있는데, 나 같은 휠체어 장애인의 경우에는 특장밴이나 미니버스를 이용하게 된다. 차종과 관계없이 공유탑승이다. 행선지가 비슷한 2-3명의 승객이 함께 타고 간다. 차가 나를 데리러 올 때는 대개 1명 정도 승객이 이미 타고 있거나, 가는 길에 1-2명을 태우기도 하기 때문에 미술 도구가 든 가방은 발 앞에 놓고 가게 된다. 얼마 전, 그날은 캔버스도 있어 짐이 두 개나 되었다. 운전기사가.. 2024. 5. 2. 이전 1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