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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3

금성에서 온 그녀 나이가 드니 아침에 일찍 눈을 뜬다. 사무실로 출근을 하지 않으니 특별한 일이 없는 날은 잠시 침대에 누워 인터넷으로 신문을 본다. 며칠 전 아침의 일이다. 아내가 동화 ‘미운 오리 새끼’ 이야기를 아느냐고 묻는다. 순간, “무슨 의도로 그걸 묻지?” 하는 생각이 먼저 떠올랐다. 그렇게 의심과 편견을 가지고 시작한 대화가 아내의 의도대로 진행될 리가 없다. 결국 아내는 나하고는 대화가 안 된다는 말로 하루를 시작했다. 얼마 전에도 웰다잉(well dying)을 놓고 시작한 대화가 삼천포로 빠져 어색한 아침을 맞은 적이 있다. 아내의 말에 따르면, 나는 늘 누구나 공감할만한 옳은 말을 하지만 대화는 그런 것이 아니라고 한다. 답이 필요한 사람은 전문가를 찾아가지 대화 상대를 찾지 않는다는 것이다. 살다 보.. 2022. 8. 17.
대화가 필요해 열흘 전쯤 갑자기 인터넷 속도가 느려졌다. 줌으로 이사회를 하다가 연결이 끊어지고, 아내는 유튜브가 안 열린다고 불평이다. 인터넷 회사에 전화를 하니 상담원은 상투적인 콜센터 직원의 대본을 말한다. 전원을 껐다, 30초 후에 다시 켜라. 연결선들을 모두 풀었다, 다시 연결하라. 상황이 나아지지 않아 며칠 후 다시 전화를 했다. 이번에도 전화를 받은 상담원은 비슷한 과정을 거친 후, 모뎀에 문제가 있는 것 같으니 모뎀을 새로 보내주겠다고 한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아무래도 모뎀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주말 아침, 다시 전화를 했다. 내 이야기를 다 듣고 난 상담원은 잠시 기다려보라고 하더니, 10분 만에 문제를 해결해 주었다. 갑자기 인터넷이 잘 터지니 묵은 체증이 사라진다. 고맙다고 하며 어떻게 다른 상.. 2022. 5. 26.
대화가 필요해 어떤 부부가 차를 타고 여행을 하고 있었다. 다음 출구에 휴게소가 있다는 안내판이 나오자, 아내가 남편에게 물었다. “여보, 당신 커피 마시고 싶지 않아요?” 잠시 생각을 하던 남편이, “아니, 생각이 없는데.” 하고는 출구를 지나쳐 계속 차를 몰았다. 잠시 후, 차 안에 냉랭한 기류가 흐르는 것을 감지한 남편이 아내에게 물었다. “여보, 내가 뭐 잘못한 것이 있소?” 아내가 대답했다. “내가 커피가 마시고 싶다고 했는데 들은 척도 않고 휴게소를 지나왔잖아요.” 어떤 모임에서 들은 이야기다. 남편의 입장인 나로서는 뒤통수를 맞는 느낌이다. 커피가 마시고 싶으면 마시고 싶다고 하면 될 것이고, 무엇이 갖고 싶으면 사달라면 될 것을, 아리송한 태도로 남자들을 헷갈리게 하는 여자들의 마음을 도무지 이해하기 힘.. 2020. 6.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