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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유전자로 찾는 나의 반쪽

by 동쪽구름 2020. 8. 20.

언제나 나만 바라보고, 나만 사랑해주고, 함께 있으면 재미있고 행복한 사람을 만나는 일은 누구나 한 번쯤은 꿈꾸어 보았을 로망일 것이다. ‘존 마스’의 장편소설 '더 원'은 유전자 검사를 통해 모든 면에서 어울리는 나의 반쪽, 운명의 반려자를 만날 수 있는 세상을 그리고 있다.

 

소설에서 사람들은 ‘유전자(DNA) 매치’를 통해 짝을 찾는다.

 

‘맨디’ (Mandy)는 매치를 통해 찾은 남자가 죽었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의 장례식에 참석한다. 그곳에서 그의 누이를 만나게 되고, 세상에 없는 그와 사랑에 빠진다. 급기야 그가 남겨 놓은 냉동정자로 아이를 임신하게 된다. 그리고 그가 죽은 것이 아니라 식물인간 상태로 요양원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크리스토퍼’(Christopher)는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범이다. 혼자 사는 여자만을 골라 죽이던 그가 매치로 만난 사람은 경찰이다. 30명만 살해하고 역사 속으로 사라지기로 결심하는데. 

 

‘제이드’(Jade)의 매치는 호주에 사는 남자다. 친구들의 부추김에 그녀는 그를 찾아가기로 마음먹고 사전 연락 없이 호주로 날아간다. 그녀의 짝인 ‘케빈’은 림프종으로 시한부 삶을 살고 있었다. 그가 죽은 후, 원래 그녀의 매치는 케빈이 아니고 그의 동생 ‘마크’였음을 알게 된다.

 

‘닉’(Nick) 은 약혼녀인 ‘샐리’와 결혼을 앞두고 있었다. 유전자 검사로 완벽한 커플임을 증명했다는 친구의 자랑에 샐리는 검사를 조르고, 마지못해 동의한 검사의 결과는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온다. 샐리에게는 매치가 나오지 않았고, 닉의 매치는 ‘알렉스’라는 남자다.

 

‘엘리’(Ellie)는 유전자 매치를 개발하여 거대한 사업으로 이룬 과학자다. 그녀에게도 매치가 나타난다. 완벽한 사랑인 줄 알았던 그는 유전자 테스트가 가져온 부모의 파멸을 보고 치밀한 복수극을 꾸민 남자로 밝혀진다. 

 

책은 이렇게 다섯 사람의 이야기를 이어간다. 이들은 서로 알지 못하며 아무 연관성도 없다. 마치 다섯 편의 소설을 번갈아 가며 읽는 느낌이다. 다섯 개의 이야기는 비슷한 속도로 이어진다. 전개, 반전, 클라이맥스 등이 모두 같이 벌어지기 때문에 일단 이야기에 빠져들고 나면 쉽게 책을 내려놓을 수 없다. 한 이야기의 반전을 읽고 나면 다음 이야기의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

 

이야기는 끝으로 치닫으며 독자의 예상을 초월하는 반전으로 이어진다. 개인적으로는 반전의 폭이 너무 크고  다소 지나치다 싶기도 하다. 현실성이 결여된 반전은 책의 품격에 손상을 입힐 수 있다. 무더위에 지친 주말, 시원한 맥주나 청량음료를 곁에 두고 읽으면 더위를 잊을 수 있는 재미있는 책이다. 

 

인터넷과 SNS의 발달로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수많은 사람들과 소통이 가능해졌지만 막상 나의 반쪽이 될 이성을 찾는 일은 쉽지 않은 세상이 되지 않았나 싶다. 선택의 폭이 넓어지면서 도리어 고르기가 더 힘들어진 것 같다.  머리카락 한 올로 완벽한 파트너를 찾을 수 있다면, 누구나 한 번쯤은 시도해보고 싶어 지지 않을까. 이건가 저건가, 알 것도 같고 모를 것도 같고, 마음이 가는 곳을 나도 알 수 없는 것이 사랑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그게 더 애틋하고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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