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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모음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다니

by 동쪽구름 2024. 9. 7.

세상을 뒤집어 놓는 큰 사건도 처음에는 별 것 아닌 일로 시작되는 경우가 있다. 지난 노동절 연휴 동안 내가 겪은 일이 그러하다.

 

 차 지붕에는 휠체어를 실을 수 있는 박스 장치가 달려 있다. 운전석에 앉은 다음, 스위치를 누르면 박스가 열리고 체인이 내려와 휠체어를 박스에 싣는다. 이놈 덕에 남의 도움 없이 혼자 차를 몰고 다닐 수 있다. 

 

토요일 저녁 생일을 맞은 친구네와 저녁을 먹은 후, 맥도널드에 가서 커피를 마시기로 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휠체어를 내리려는데 박스가 열리지 않는다. 스위치를 누르면 “딸깍” 하고 연결되는 소리가 나야 하는데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커피는 뒤로 하고, 서둘러 집으로 돌아왔다. 

 

그때까지만 해도 크게 걱정은 하지 않았다. 박스 한 귀퉁이에 있는 뚜껑을 열고 수동으로 박스를 밀어 열어 휠체어를 꺼내고, 주일에는 휠체어를 접어 아내가 트렁크에 넣고 교회에 가면 되고, 수리는 휴일이 지나고 천천히 하면 된다는 방만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집에 돌아와 조카 녀석을 불러 휠체어를 꺼내 달라고 하니, 잠시 후, 수동도 작동이 안 된다고 한다. 갑자기 난감해졌다. 나를 업고 집에 들어간들 그다음은 어떻게 한다? 차고에 있는 간이 접이식 전동 휠체어 생각이 났다. 아내가 그놈을 꺼내와 타고 겨우 집에 들어왔다. 

 

3일간의 고난이 시작되었다. 전동 휠체어는 가파른 경사로를 오르거나 먼 거리를 다닐 때는 편리하지만, 좁은 공간에서 사용하기에는 적합하지 않다. 50년대 지어진 미국 집들은 복도며 화장실의 공간이 좁다. 전동 휠체어로 좁은 실내를 누비고 다니는 일은 고난도의 조종기술을 필요로 한다. 변기와 세면대에 접근하는 것도 평소에 쓰던 휠체어와는 각도와 거리가 다르다.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다. 

 

3일을 겨우 버티고 화요일 아침 수리점으로 달려갔다. 평소에 안면이 있는 ‘앤디’가 나왔다. 장황한 내 설명을 듣더니 아무 말 않고 스위치를 누른다. 박스가 열리며 휠체어가 내려온다. 어찌 이런 황당한 일이! 아마도 주행을 하는 과정에서 박스 안의 휠체어가 흔들리며 어디 걸렸거나 떨어졌던 부분이 다시 작동이  모양이다. 

 

이야기는 3주 전으로 돌아간다. 조카 녀석의 생일이라 세 식구가 외식을 하고 돌아와 휠체어를 내리는데 박스 안에서 “따악” 하며 무언가 부러지는 소리가 난다. 아내와 조카에게 이야기하니 손전등을 비추어 보더니 어딘가 연결되어 있던 스프링의 한쪽이 떨어진 것 같다고 한다. 박스를 다시 여닫아 보니 작동하는 데는 이상이 없다. 아마도 안에 있는 전기배선을 잡아 주었던 것이 아닌가 싶어, 다음에 수리점에 갈 때 봐달라고 해야지 하고 넘어갔다. 

 

박스를 점검한 앤디의 말인즉, 그 스프링은 박스를 여닫을 때 부품을 잡아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었다. 그 외에도 박스가 낡아 이것저것 갈아야 할 것이 있다. 일단 작동은 되니 오늘은 집에 가고, 부품이 오면 연락해주마고 한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는 나를 두고 하는 말 같다. 기계도 사람의 몸도 이상이 생기면 신호를 보낸다. 별 탈 없이 돌아간다고 이를 무시하면 큰코다칠 일이 생기는 법이다. 평소에 관리를 잘하고 스프링이 부러졌을 때 수리점에 갔더라면 피할 수 있었던 일이다. 안전불감증의 대가를 혹독하게 치르며 다시 되새겨 본다. “유비무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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