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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더 플롯 (The Plot)

by 동쪽구름 2021. 8. 14.

우리는 모두 이야기를 만들며 살아간다. 어떤 이야기는 독백이며, 어떤 이야기에는 두 사람이, 또 다른 이야기에는 여러 명이 등장하기도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누구나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같이 자란 형제, 수십 년을 함께 산 부부 사이라도 간직하고 있는 이야기는 다르다. 같은 것을 보고 겪었어도 기억하는 내용은 다르다.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이야기는 자신의 이야기에 국한되지 않는다. 보고 들을 것이 모두 이야기가 될 수 있으므로, 가족, 친구, 이웃, 또는 신문이나 방송에서 들은 것도 이야기로 남게 된다. 

 

가지고 있는 이야기가 너무 많아, 차고 넘치면 덜어내게 된다. 아마도 이런 과정이 창작이 아닌가 싶다. 처음에는 자신과 주변의 이야기를 쓰지만, 작품이 늘어나며 이웃과 친구, 나중에는 남의 이야기를 가져다가 글을 쓰기도 한다. 존 그리샴이 좋은 예다. 끊임없이 매해 1-2편의 신작 소설을 발표하는 그는 요즘은 오래된 신문에 실린 사건을 가져다가 살을 붙여 출간하곤 한다. 

 

브런치에 올리는 나의 글에도 가족과 이웃과 친지들이 등장한다. 가능하면 그들에게 상처가 되지 않는 글을, 왜곡되지 않은 이야기를 쓰려고 노력하지만, 그들의 눈에는 어떻게 보일지 모르겠다.

 

‘진 한프 코렐리츠’의 베스트셀러 신작 소설 ‘더 플롯’(The Plot)은 작가를 주인공으로 하는 미스터리 소설이다.

 

처녀작을 발표하며 문단의 주목받았던 ‘제이크’는 그 후, 이렇다 할 작품을 내지 못하며 생계를 위해 삼류 창작 프로그램의 강사로 전락한다. 창작교실에 참여했던 작가 지망생 ‘에븐’은 이미 작가가 된 듯 행동하지만 그가 쓴 몇 장의 원고를 본 제이크는 깊은 인상을 받지 못한다. 하지만 에븐이 들려주는 작품의 플롯을 들은 후, 그는 이것은 누가 쓰더라도 베스트셀러가 되리라고 확신하다. 

 

2년 반이 지난 후, 제이크는 아직도 창작교실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세븐이 그 책을 발표했는지 인터넷에서 근황을 찾아보다가 그가 창작교실에 다녀간 직후에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어디에도 그가 발표한 소설은 없었다. 

 

제이크는 세븐의 이야기를 소설로 써 발표하며 일약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다. 그의 책은 스티븐 스필버그의 손에 의해 곧 영화로도 만들어지게 된다. 그는 연일 북투어에 정신없는 나날을 보낸다. 북투어를 하며 시애틀에서 만난 ‘애나’와 결혼도 한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한 통의 메시지를 받게 된다. 메시지는 그가 남의 이야기를 홈쳐 간 도둑이라고 칭하고 있다. 

 

이쯤에서 책에는 제이크가 쓴 소설의 내용이 등장한다. 책은 그가 쓴 소설과 메시지를 보내며 자신을 협박하는 사람을 추적하는 제이크 사이를 오가며 이어진다.

 

그가 쓴 소설은 엄마와 딸의 이야기다. 전액 장학금으로 대학 진학을 앞두었던 ‘사만다’는 임신을 하게 되고, 임신중절을 허락하지 않는 부모 때문에 아이를 낳게 되며, 그녀의 미래는 산산조각이 난다. 딸아이 ‘마리아’는 그녀 때문에 자신의 인생이 망가졌다고 생각하는 엄마에게서 아무런 사랑과 도움도 받지 못하고 큰다. 

 

사만다는 딸아이가 우등으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전액 장학금으로 대학에 가게 되었다는 사실을 선생님을 통해 듣게 된다. 마리아는 기숙사에 짐을 싣고 가야 하니 차를 빌려 달라고 하고, 사만다는 이것이 마리아와의 영원한 이별이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한편 소설의 플롯이 에븐의 가족 이야기임을 알게 된 제이크는 주인공 모녀를 찾는 여정을 계속하게 된다. 마침내 마리아가 입학했던 대학을 찾아가는데, 사진을 본 기숙사의 청소부는 대학에 다녔던 사람은 그녀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이제부터 시작되는 반전은 독자들의 몫으로 남겨 둔다. 

 

우리들이 간직한 이야기에는 소유권이 있는지, 남의 이야기를 영화나 글로 쓰는 것은 어디까지 허용이 되는지, 생각해 보게 해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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