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파 라히리’의 소설 ‘어디에 대하여’(Whereabouts)는 소설이라기보다는 에세이 같은 글들은 모아놓은 책이다. 한 편씩 따로 읽으면 초단편 소설이며, 이어서 읽으면 연결이 되기도 한다. 특별한 시작도, 딱 부러진 결말도 없는 글들이다. 그녀는 이 책을 먼저 이탈리아어로 쓰고 영어로 번역했다고 한다.
독자들은 작가인 화자를 따라 그녀 집 주변의 인도를 걷고, 다리를 건너고, 공원에 가며, 거리를 거닐고, 광장을 둘러보며, 가게에 들어가기도 하고, 커피숍에서 커피를 사기도 한다. 그녀와 함께 수영장에 가고, 아버지의 때 이른 죽음을 애도하며, 기차를 타고 어머니를 만나러 간다. 그녀의 어머니는 나이 들고 병든 우리의 부모님과 별반 다르지 않다.
책을 읽으며 독자는 아마도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그녀가 풀어놓는 40여 개의 일상이 우리가 경험하는 일상과 크게 다르지 않으며, 그녀가 만나는 사람들 역시 우리가 맺는 인연들과 별로 다를 것이 없음을 보게 된다.
40대의 독신여성인 화자는 때로는 혼자라서 외롭고, 때로는 사람들에게 치여 피곤하다. 그녀는 별 재미없는 TV 프로그램을 틀어 놓고 다리 면도를 하기도 하고, 햇살이 좋은 날 광장에서 경험하는 낯선 이들과의 만남에서 기쁨을 얻기도 한다.
책에는 40여 편의 이야기가 실려있지만 전체 길이는 고작 150여 페이지이며, 어떤 이야기는 꼴랑 2장으로 끝난다. 스냅사진을 모아 만든 사진첩 같은 소설이다.
그야말로 노트장에 끄적여 놓은 잡다한 글들을 모아 놓은 것 같은 책인데도 불구하고, 다 읽고 나면 연작소설을 읽은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된다. 이렇게 써도 책이 되는구나 하는 생각을 갖게 해 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