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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야기

내 몸이 사라졌다

by 동쪽구름 2021. 7. 15.

프랑스 애니메이션 영화 ‘내 몸이 사라졌다’(I Lost My Body)를 보았다.

 

병원의 냉장고를 빠져나온 잘린 손이 사라진 몸을 찾아 나서는 것으로 영화는 시작된다. 플래시백으로 손을 잃은 청년 ‘나오펠’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피아노 치는 우주인이 꿈이었던 소년 나오펠은 늘 녹음기를 가지고 다니며 일상을 소리로 기록한다. 부모님과 콘서트에 가던 길, 고개를 차창 밖으로 내밀고 녹음하는 그를 말리던 아버지는 순간 길에서 눈을 떼었다가 교통사고를 당한다. 그 사고로 부모를 잃은 그는 먼 친척 아저씨 집에서 눈칫밥을 먹고 산다. 

 

피자 배달을 하는 그는 자주 배달이 늦어 주인에게 꾸중을 듣곤 한다. 비 오는 날, 아파트로 배달을 나간 그는 문이 열리지 않는 로비에서 피자를 주문했던 젊은 여인과 인터폰으로 긴 대화를 나눈다. 그녀에게 호감을 갖게 된 그는 주문했던 이름을 추적해 그녀가 도서관에서 일하는 ‘가브리엘’이라는 것을 알아낸다.

 

도서관을 나서는 가브리엘을 뒤쫓아 그녀가 목공소를 하는 삼촌 ‘지지’에게 약을 가져다주는 것을 보게 된다. 마침 목공소 창문에 붙어 있던 도제를 구한다는 광고를 보고 자기를 써 달라고 한다. 지지는 그 광고는 오래된 것이며 사람이 필요 없다고 하다가 나오펠의 행색을 보고는 그에게 목공소 다락방을 내어 준다. 그곳에서 일을 시작한 나오펠은 가브리엘과 친해지게 되지만 자신이 피자를 배달했던 사람이라는 사실은 밝히지 않는다. 

 

한편 몸에서 떨어져 나간 그의 손은 쓰레기 더미에 떨어지기도 하고, 시궁창에서 쥐를 만나기도 하며 힘든 여정을 이어간다. 

 

목공소 근처의 빈 빌딩 옥상에 나무로 멋진 이글루를 만든 나오펠은 그곳으로 가브리엘을 초대한다. 나오펠은 그녀에게 운명에 대하여 이야기한다. 우리에게 지워진 운명을 피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운명이 쫓아올 수 없도록 예상치 못한 때 갑자기 진로를 확 바꾸는 것이라고. 예를 들면, 빌딩 옥상에서 근처의 건축용 크레인으로 뛰어내리는 것 같은 행동이라고. 

 

마침내 그는 자신이 비 오는 날 피자를 배달했던 사람임을 밝힌다. 그러자 가브리엘은 크게 화를 낸다. 여자를 얻기 위해 병든 삼촌 지지를 이용한 것이 아니냐고 그를 비난하곤 자리를 뜬다. 이에 크게 실망한 나오펠은 사촌의 파티에 가서 술에 취하고 싸움까지 한다. 다음날 술이 다 깨지 않는 상태에서 전기톱으로 목재를 자르던 그는 시계가 톱날에 걸리는 바람에 손을 잃게 된다. 

 

그의 몸에서 떨어져 나갔던 손은 마침내 그를 찾아와 잠든 그의 곁까지 오지만 다시 몸과 결합하지는 못한다. 

 

소식을 듣고 온 가브리엘은 그를 찾아 이글루로 간다. 버려진 녹음기를 집어 든 그녀는 그가 전에 말한 대로 운명을 바꾸기 위해 근처의 크레인으로 몸을 날렸다는 것을 알게 된다. 영화는 점프에 성공한 나오펠이 크레인 바닥에 누워 파리 시내를 내려다보며 웃는 것으로 끝이 난다. 

 

과연 운명은 미리 정해져 있는 것인가. 피하려 해도 결국은 같은 결론에 도달하는 것이 운명인가. 나는 언제 운명을 바꾸기 위하여 몸을 날려 본 적이 있었나. 뒤돌아 보니 나는 운명을 받아들이고 묵묵히 주어진 길을 가는 쪽에 속한 것 같다. 

 

나는 나오펠이 운명을 따돌렸다고 믿고 싶다. 그리고 가브리엘과 잘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요즘은 해피엔딩이 좋다. 

 

어른을 위한 애니메이션이며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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