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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이야기

코로나 백신 2차 접종

by 동쪽구름 2021. 3. 7.

2월 초 ‘모더나’ 1차 접종을 마치고 난 후, 캘리포니아에서는 접종 대란이 있었다. 미 동부에 불어닥친 한파 때문에 백신의 수송에 차질이 생겨 주사액이 절대 부족해진 것이다.

 

1차 접종 후, 화이자는 3주, 모더나는 4주 후에 2차 접종을 해야 한다. 당국에서는 1차 접종 예약접수를 모두 중단하고 2차 접종만 한다고 발표했다. 그나마 며칠 후, 약의 부족으로 대규모 드라이브 스루 접종소의 문을 닫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1차 접종 2주 후에 2차 접종 예약 안내를 이-메일로 보내 준다고 했는데, 소식이 없었다. 2월 하순, 내 건강보험회사인 카이저에서 접종 대상자의 예약이 가능하다는 메일이 왔다. 급히 들어가 3월 6일 예약에 성공했다.

 

나보다 1주일 먼저 주사를 맞고 4주가 지났는데도 다음 예약을 못해 불안해하던 친구가 마침내 연락을 받았다. 결국 그는 5주 만에 2차 접종을 마쳤다. 주사 맞고 다음날 몸살감기 기운에 혼이 났다고 한다. 주변에서는 2차 접종을 받고 아팠다는 사람들이 많다.

 

며칠 후, 내게도 메일이 왔다. 원래 4주면 3월 3일에 맞아야 하는데, 1차 접종을 받았던 LA 소방국이 운영하는 드라이브 스루 접종소에 4일로 예약이 되었다. 혹시 몰라 카이저 예약은 취소하지 않았다.

 

당국에서는 3월 1일부터 접종대상을 확대했다. 이제 교육, 보육, 농업, 식품, 응급 서비스 등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주사를 맞을 수 있다. 15일부터는 중증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도 해당이 된다.

 

이런 와중에 63세인 동생에게서 전화가 왔다. 친구가 알려준 사이트에서 화이자 백신 접종 예약을 했다는 것이다. 동생은 나이나 직업상 아직 접종 대상이 아니다. 사이트를 알려주며 형수님도 예약을 하라고 한다. 몇 번 시도해 보다가 자리가 나지 않아 우리는 포기했다.

 

2차 접종일, 서둘러 집을 나서 30분 일찍 도착했다. 지난번에는 6개 차선에 차들이 가득했는데, 이날은 한가하다. 기다림 없이 곧장 차을 대고 주사를 맞았다. 이렇게 넓은 시설인데, 약이 부족하니 소수의 사람들에게 2차 접종만 해주고 있는 모양이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동생에게서 전화가 왔다. 백신 맞으러 갔다가 거절당하고 회사로 돌아가는 길이라고 한다. 예약 사이트에 문제가 있었다고 한다. 어제도 아직 대상이 아닌데 예약을 하고 온 사람들을 천명이나 돌려보냈다고 한다. 이놈의 백신이 뭔지, 난리다.

 

바이든 행정부에서는 5월 말까지 모든 성인에게 필요한 백신을 공급한다고 하지만, 현실적으로 힘들 것이란 생각이 든다. 미국은 이런 시스템이 일원화되어 있지 않아 중복과 혼선이 자주 벌어진다. 나만 해도 며칠 동안이긴 하지만, 소방국과 카이저에 이중 등록이 되어 있었다. 접종이 끝난 직후, 카이저 예약을 취소했다.

 

2차 접종을 했으니 당연히 후유증을 겪으리라 생각하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아침에 일어났는데, 별 이상 징후는 없다. 주사 맞은 곳만 아프고 아직 열이나 몸살 기운은 없다. 같은 날 다른 장소에서 백신을 맞은 지인은 피곤하고 감기 기운이 있다고 연락이 왔다.

 

괜히 서둘러 백신을 맞은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우리 집에서 항체를 가진 사람은 내가 유일하다. 이제 밖에 나가야 하는 심부름은 모두 내가 떠맡아야 하는 것이 아닌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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