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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이야기

코로나 백신

by 동쪽구름 2021. 2. 6.

지금 미국에서 코로나 백신을 맞을 수 있는 사람은 의료종사자와 장기 요양시설의 환자(1A), 그리고 65세 이상의 (1B) 주민이다.

 

백신은 화이자와 모더나 두 종류인데, 일단 개봉을 한 주사약은 수 시간 안에 사용하지 못하면 폐기 처분을 해야 한다. 예방접종을 해주는 곳에서는 한 방울의 약도 버리기가 아까워, 예약 접종이 끝나고 남은 약을 선착순으로 일반인에게도 접종을 해 준다. 예약 접종률이 낮은 지역에서는 몇 시간씩 줄을 서서 기다렸다 주사를 맞았다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 회사의 나이 드신 이사님도 흑인 지역의 병원에 가서 2시간 기다렸다 주사를 맞았다. 흑인들 중에는 백신을 기피하는 이들이 많다고 한다.

 

미국에는 연방정부가 있긴 하지만 50개 주, 각 지방정부마다 뜻과 의견이 다르다. 아직도 한국의 주민등록증처럼 통일된 신분증 조차 없다. 이번 백신 보급에서도 미국의 취약점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각 시, 군마다 보급 사정이 다르다. 어떤 곳에서는 백신이 남아돌고, 어떤 곳에서는 약이 없어 아예 예약조차 받지 않고 있다.

 

남는 백신을 맞기 위해 이곳저곳을 찾아다니는 이들을 '백신 사냥꾼'(vaccine hunter)이라고 부른다. 2-3일씩 반복해서 긴 줄을 서서 기다렸다 주사를 맞았다는 20대들도 있다.

 

백신의 접종은 보험가입 여부와 상관없이 해당이 되는 사람은 누구나 맞을 수 있다. 나는 카이저 보험을 가지고 있는데, 카이저에서는 현재 의료종사자와 장기 요양시설의 환자에게만 접종을 해주고 있다. LA 시와 카운티에서 운영하는 접종센터에 예약을 시도했지만, 접속 조차 여의치 않아 포기했다. 백신 공급이 늘어나면 언젠가는 맞겠지 하는 마음으로 기다리기로 했다.

 

1월 중순, 지인이 집 근처 CSUN (주립대학)에 예약을 했다며 시도해 보라고 알려 주었다. 온-라인으로 들어가 보니 정말 자리가 있다. 이게 웬 떡! 예약을 마쳤는데, 생일 날짜가 틀렸다. 다시 들어가 새로 예약을 했는데, 이상하게 또 생일이 틀리게 나온다. 그제사 다시 잘 읽어보니 1차 접종이 아닌 2차 접종 예약이었다. 가 보아야 퇴짜를 맞을 것이 분명하다. 결국 예약을 취소했다.

 

내게 정보를 주었던 지인은 막상 예약 날 전날부터 몸이 아파 결국 주사를 맞지 못했다.

 

그 후, 밤낮 수시로 사이트에 들어가 확인을 했다. 2월 1일 새벽, 습관처럼 사이트에 들어가 보니 자리가 있다. 꿈인가? 아니, 생시였다. 예약을 했다. 그리고 2월 3일, 한센 댐 주차장에 차려진 소방국이 운영하는 접종센터에 가서 드라이브 스루로 주사를 맞고 왔다. 내가 맞은 주사는 모더나며, 4주 후에 2차 접종을 해야 한다. 다음번 접종은 이메일로 알려 준다고 했다.

 

초기에 맞은 사람들은 예약을 하고 가서도 2시간 이상을 기다렸다고 한다. 나는 예약 시간 30분 전에 도착, 3개 차선 중 하나를 따라 들어갔다. 이제 시스템이 자리를 잡았는지 거의 약속 시간에 접종 부스에 닿아 주사를 맞았다.  

 

주사를 맞고 나면 한편에 마련된 주차장에서 15분가량 기다려 부작용 여부를 확인한다. 시간이 되면 이제 가도 된다는 텍스트를 전화기로 보내 준다. 접종을 다 마친 사람들 이야기로는 1차보다는 2차 접종 후에 후유증이 있었다고 한다. 하루나 이틀 가벼운 독감 증세를 보였다는 사람들이 있다.

 

하루가 지났는데, 큰 부작용은 없다. 가벼운 감기 증상이 있는 것 같기는 한데, 약을 먹어야 할 정도는 아니다. 주사 맞은 부위가 조금 부어있고, 건드리면 아프다. 심하게 멍든 자리를 만지는 느낌이다. 자다가 그쪽으로 누우면 아파서 돌아눕기를 반복했다. 너무 가볍게 보았던 것 같다. 어제 집에 와서 얼음찜질을 좀 해둘걸 그랬다 싶다.

 

우리 집에서는 내가 유일하게 백신을 맞았다. 나보다 나이가 어린 아내와 다른 형제들은 언제 맞게 될는지 알 수 없다. 코로나와의 싸움, 아직도 그 끝은 멀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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