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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야기

버닝

by 동쪽구름 2020. 10. 2.

시립 도서관에서 온-라인으로 빌려 영화 ‘버닝’을 보았다. 미국에서 한국 영화를 영화관에서 보기는 쉽지 않다. 지금은 LA에 CGV라는 한국 영화관이 있어 흥행에 성공한 영화들을 상영하지만, 그전에는 비디오 가게에서 빌려 보아야 했다.

 

시립도서관에 가면 한국 책과 비디오 CD 등을 대여해 준다. 나는 이곳에서 비디오테이프를 빌려 ‘박하사탕,’ ‘파주,’ ‘친절한 금자 씨,’ ‘올드 보이,’ 등을 보았다. 그 후 비디오테이프가 DVD로 발전하더니 이제는 스트리밍으로 영화를 빌려 볼 수 있게 되었다.

 

영화 ‘버닝’은 흥미나 감동에 초점을 맞춘 할리우드 영화와는 전혀 다른 느낌의 영화다. 마치 단편소설 한 편을 읽는 느낌이다. 영화는 보는 이의 시각에 따라 전혀 다른 스토리/결말로 이어질 수 있는 여지를 이곳저곳에 남겨 놓는다.

 

‘종수’ (유아인)가 사랑하던 ‘해미’ (전종서)는 과연 살해당했는지는, 아니면 자살을 한 것인지, ‘벤’ (스티븐 연)의 아파트 화장실에 있던 여자들의 장신구는 그가 사귀던 여자들의 것인지, 아니면 그는 여자들을 살해하는 사이코 패스인지, 영화는 정확한 이야기를 해 주지 않는다. 할리우드 영화는 '종수'가 '벤'을 칼로 찌르는 부분을 그렇게 싱겁게 처리하지 않는다. 바람이 불고 눈발이 흩날리는 벌판에서 한판의 사투를 벌였을 것이다. 

 

‘해미’는 왜 카드빚을 지고 집을 나왔는지, 정말 ‘벤’ 은 비닐하우스들을 태우고 다니는지, 혹시 이야기 중 일부는 ‘종수’가 쓰고 있는 소설의 내용이 아닌지, 등 영화는 끝이 나지만 생각은 쉽게 끝나지 않는다. 

 

영화는 미스터리 장르 같으면서도 긴장감은 없고, 이야기는 음울하게 전개되지만 큰 비극도 없고 이렇다 할 클라맥스도 없다. 그럼에도 영화가 끝나고 크레딧이 나오자 처음으로 돌아가서 다시 보고픈 느낌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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