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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모음

돈 안드는 고객관리

by 동쪽구름 2020. 9. 10.

모처럼의 휴일, 동생네와 함께 작은 아버지를 모시고 한국 식당에서 밥을 먹었다. 밑반찬과 냉면이 먼저 나왔는데, 종업원이 식초병을 아내 쪽으로 떨어트리는 바람에 옷 위로 식초가 쏟아졌다. 종업원은 변변한 사과의 말도 없이 종이 냅킨 몇 장을 건네주었다. 아내가 자리에서 일어나 냅킨으로 옷에 뭍은 식초를 닦자 그제사 물수건이라도 가져다주겠노라고 하며 갔다.

 

잠시 후 주문했던 남어지 음식들이 모두 나왔지만 물수건은 나오지 않았다. 만약 미국 식당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더라면 즉시 매니저가 달려와 사과를 했을 것이다. 그리고는 냉면 값을 받지 않던지 아니면 세탁비에 준하는 금액을 음식값에서 빼주었을 것이다.

 

그날 오후 아내는 며칠 전 샀던 식빵을 들고 '파네라 브레드(Panera Bread)'에 갔다. 아침에 토스트를 하려고 보니 빵 속이 1/3 가량 뻥 뚫려 있었다. 제대로 부풀지 않은 반죽을 구웠던 모양이다. 영수증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매니저는 다른 빵으로 바꾸어 주었다.

 

수년 전 샌디에이고에 놀러 갔다가 들렀던 멕시칸 식당 ‘엘토리토’ (El Torito)에서는 식탁 위로 지나가는 개미를 잡아 종업원에게 보여 주었더니 그날 식비를 50% 할인해 주었다. 언젠가 ‘스타벅스’에서는 같이 갔던 일행이 커피음료가 너무 달다고 해서 카운터로 가지고 가서 혹시 보통 커피로 바꾸어 줄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커피를 바꾸어 주며 차액을 돌려주기까지 했다.

 

패스트푸드를 드라이브 스루로 주문하다 보면 가끔 빠진 것이나 잘못 나오는 경우가 있다. 다음에 가서 이야기하면 대부분 군말 없이 다시 준다.

 

왜 미국 기업들은 손해를 보면서까지 고객의 만족에 신경을 쓰는가. 답은 아주 간단하다. 10명의 만족한 고객은 좋은 기분을 가지고 돌아간다. 하지만 그 일을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불만을 가진 한 사람의 고객은 기회가 될 때마다 그 일을 이 사람 저 사람에게 이야기하기 마련이다.

 

고객에게 불편을 주었을 때가 바로 기회가 되는 셈이다. 이때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으면 불만이 해소되는 것은 물론 그 가게나 회사를 선전해 줄 홍보대사를 얻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미국 기업들은 고객의 불만을 해소하는 일에 많은 시간과 자원을 투자하는 것이다.

 

물건을 사거나 서비스를 받고 나면 서베이 조사를 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서베이의 목적은 칭찬받기 위함이 아니라 고객의 불만과 개선할 점을 찾기 위한 것이다.

 

이건 비지니스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들이 맺고 있는 이런저런 관계에도 해당되는 일이다. 누군가 나의 잘못을 지적해준다면 고맙게 생각해야 한다. 싫은 소리 하기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게 불만을 말해주는 사람이라면 나를 아끼고 사랑한다는 의미다. 그 사람의 충고를 받아들이고 고치면 그와의 관계는 물론 내 삶도 더 나아질 것이며, 네가 뭔데 하며 콧방귀를 뀌고 무시해 버리면 그 관계는 끝이 나는 것이다.

 

한인타운에는 내가 좋아하며 잘 가는 ‘Y’라는 중식당이 있다. 부모님 살아계실 때는 대부분의 대소사를 그곳에서 치렀고, 내 생일이면 늘 그 식당으로 간다. 음식도 맛있지만 종업원들이 친절하기 때문이다. ‘친절’은 돈이 드는 일이 아니며 돈으로 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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