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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배나무 돌배나무에 꽃이 피었다. 돌배나무와 인연을 맺은 것은 15-6년 전의 일이다. 지붕공사를 하며 지붕과 처마에 가지를 드리우는 나무들을 모두 베어버렸다. 막상 나무들을 제거하고 나니 빈 공간이 허전하고 그늘도 사라져 나무를 한그루 심기로 했다. 나무를 사려고 하니 생각보다 비쌌다. 어린 나무를 심어 몇 년 키우면 되지 싶어 홈디포에서 세일하는 나무를 사 왔다. 교우 S 씨 부부의 도움을 받아 심고, 식수 기념으로 버팀목에 사인까지 했다.  제법 큰 키의 나무를 싸게 판 이유가 있었다. 키는 사람만 한데 줄기는 가늘어 바람이 불면 심하게 휘청 거리는 것이었다. 몇 해가 지나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 후, 앞마당 공사를 하며 나무가 서 있는 자리에 콘크리트를 깔게 되었다. 나무 구실도 제대로 못하는 놈 .. 2025. 2. 19.
꽃피는 봄에 그놈들이 돌아왔다. 음력 설이 빨라 금년에는 봄이 일찍 올 것을 예상했는데, 역시 절기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음력설이 지나자 바로 그놈들이 얼굴을 내놓기 시작했다. 그놈들이란 우리 집 뒷동산에 피는 금잔화들이다. 우리 집은 뒤로는 집들이 없이 나지막한 언덕이며 나는 이 언덕을 뒷동산이라고 부른다. 그곳에는 이런저런 이름 모르는 풀과 옆집에서 슬금슬금 넘어온 선인장, 그리고 야생 해바라기가 자란다. 금잔화가 모습을 드러낸 것은 10년쯤 전의 일이다. 어느 해 봄, 느닷없이 언덕 윗자락에 꽃이 피었다. 새들이 날아온 씨앗이 싹을 튼 것인지, 아니면 언덕 위 어느 집에서 내버린 씨앗인지 알 수 없다. 한번 발을 들여놓더니 매년 옆으로 아래로 조금씩 영토를 넓혀 이제는 아래위로 가득하다. 몇 년 전 비가 많.. 2023. 2.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