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째 전립선 암을 앓고 계신 아버지에게서 최근에는 상당히 진전된 간암이 발견되었다. 전립선암 치료를 위해 찍었던 CT에서 우연히 발견한 것이다. 두 달 남짓한 기간에 벌써 5 파운드나 살이 빠지셨다.
어제 아침 병원에 모시고 가는 길에 생긴 일이다. 운전하는 내게 아버지가 물으셨다."너는 사람이 죽으면 천당이 있다고 믿느냐?"
생각지도 않던 질문인지라 궁색하게 "잘 모르겠네요. 보고 왔다는 사람이 없으니 알 수가 없죠."라고 답했다.
그러자 잠시 차창 밖을 바라보시던 아버지가 "없어. 없는 것 같아. 아무것도 없다고 하면 너무 허무하니까 그냥 사람들이 만든 걸 꺼야." 하시는 것이었다.
그제사 나는 내가 크게 잘못했다는 것을 알았다. 나는 그때 확신에 찬 목소리로 "예, 아버지, 있고 말고요. 혹시 아버지가 기억하지 못하는 죄 때문에 잠시 연옥에 가 계시더라도 저희들이 열심히 기도를 하면 곧 천당에 들어가실 거예요. 그곳에서 할아버지 할머니도 만나고 먼저 가신 삼촌도 만나시게 될 거예요."라고 말했어야 했다.
매일 한 걸음씩 죽음으로 다가가고 있음을 느끼시는 요즘, 아버지는 얼마나 두려우실까. 그런 아버지에게 확신에 찬 위로의 말을 드리지 못한 내가 참 바보스럽게 느껴진다.
(벌써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5년이 되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