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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이교수의 요트

by 동쪽구름 2020. 10. 9.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남편인 이일병 연세대 명예교수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코로나 19) 확산 우려 속에 ‘요트’를 구입하기 위하여 미국으로 간 것을 두고 연일 정치권 안팎에서 지탄이 쏟아지고 있다. 이를 지켜보며 다시 한번 ‘내로남불’ 증후군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대한민국은 시장경제를 추구하는 민주주의 나라다. 누구나 자신의 능력에 따라 돈을 벌고, 번 돈으로 먹고 싶은 것을 사 먹고, 입고 싶은 옷을 입으며,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사회다. 누군가 버킷리스트를 만들어 놓고 이를 위해 열심히 일하고 돈을 모아 마침내 그 꿈을 이루게 되었다면, 축하해 주어야 할 일이 아닌가.

 

직장을 때려치우고 전세금과 퇴직금을 들고 여행을 떠났던 사람들이 있었다. 하나같이 그들은 여행 중에 블로그에 사진과 글을 올렸으며, 돌아와서는 여행기를 책으로 출간하기도 했다. 사람들은 그들을 부러워하며 응원했다. 용기 있는 일이라고 칭찬도 했다.  

 

그가 아내의 장관직을 이용하여 부당하게 재산을 모았다던가, 요트를 뇌물로 받았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아무도 그런 의혹을 제기한 사람은 없다. 단지 그가 외무장관의 배우자이며 이런 시국에 한가로이 요트를 사러 외국으로 나갔다는 것을 문제 삼는 것이다. 

 

이교수의 일은 조국이나 추미애 장관의 자녀 문제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불법을 저지른 것이 아니며, 권력을 남용한 것도 아니다. 한 가정의 개인적인 일이다.

 

나이가 들어가면 매사가 초조해진다. 몸이 예전 같지 않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스스로 요트를 몰며 여행을 하겠다는 것 아닌가. 그러려면 힘이 남아있을 때 하는 것이 마땅하다. 코로나 사태가 언제 종식이 될는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언제까지 코로나 탓을 하며 미룰 수는 없었을 것이다. 나는 그의 심정을 십분 이해할 수 있다. 

 

매사를 정치적인 의도로 이용하는 한국의 정치판, 남의 일이라고 함부로 말하는 네티즌들이야말로 지탄받아야 할 사람들이다.

 

결혼해서 자녀가 있는 사람들은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배우자나 자식들이 내 말을 듣는가. 강장관도 말했다. 말린다고 들을 사람도 아니라고. 그들에게는 그들 만의 삶이 있는 것이다. 정치인 가족의 사생활은 보장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교수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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