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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상수4

당신 얼굴 앞에서 ‘홍상수’ 영화의 매력이라면, 영화가 단편소설 같다는 점이 아닐까 싶다. 그의 영화에 나오는 주인공들은 나와 내 이웃의 모습을 하고 있다. 애처롭고 애잔하기도 하지만, 가끔은 지질하고 위선적이며 가식적이기도 하다. 영화 ‘당신 얼굴 앞에서’는 미국에서 잠시 귀국한 왕년의 여배우 ‘상옥’(이혜영)의 하루를 그린 작품이다. 상옥이 여동생 ‘정옥’(조윤희)의 아파트 소파에 앉아 메모를 끼적이며 하루를 시작한다. 잠에서 깬 정옥이 언니를 데리고 맛있는 토스트를 파는 카페에 가서 아침을 먹는다. 두 사람이 커피를 마시며 나누는 대화에서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 자매가 한동안 연락을 하지 않고 살았으며, 정옥이 미국에서 주류 판매점을 운영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날 오후, 상옥은 만나자고 몇 번 전화를 해 온 영화.. 2023. 9. 17.
해변의 여인 홍상수 감독의 2006년 영화 ‘해변의 여인’을 보았다. 나는 홍상수의 팬이다. 그의 영화에는 특별한 이야기는 없고, 무책임하고 나태하며 도덕적으로 해이한 사람들이 자주 등장한다. 아마도 바로 그런 점이 그가 만드는 영화의 매력이 아닌가 싶다. 그의 영화에는 주변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일들이 자주 등장한다. 주인공들이 나누는 대화도 한 번쯤은 들어본, 언젠가 나도 해본 말들이다. 지질한 영화감독들이 자주 등장한다. 이런 감독들은 후배나 친구의 여자를, 길에서 마주친 여자를 탐한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녀들은 쉽게 그들의 품에 안긴다. 누구나 한 번쯤은 마음에 품었을 환상을 그는 거침없이 영화의 소재로 삼는다. 이 영화도 다르지 않다. 후배 커플과 함께 여행을 떠난 영화감독 ‘중래’는 후배의 여자 친.. 2022. 1. 14.
여자들은 다 똑같아요 별 볼 일 없는 화가 영수(김주혁)에게는 술을 좋아하는 애인 민정(이유영)이 있다. 그는 그녀와 결혼까지 하려고 생각하지만, 동네 친구들은 그녀를 좋게 말하지 않는다. 어느 날 그녀가 술을 마시고 다른 남자와 소란을 피웠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는다. 사실을 말하라고 그녀를 다그치다 둘은 다투게 된다. 다툼 후 민정이 연락을 끊자 영수는 그녀를 찾아 헤매고, 민정은 연남동 근처에서 다른 남자들을 만난다.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는 그녀에게 낯선 남자가 다가와 그녀를 안다고 하지만, 그녀는 모르는 사이라고 하다가, 실은 쌍둥이 언니가 있다고 한다. 그녀가 처음 만난 남자는 유부남이었고, 두 번째 남자는 영화감독이다. 둘 다 민정을 어떻게 해 보려고 수작들을 부리고, 민정은 줄듯 말듯한 언행으로 그들을 유혹한다. .. 2021. 1. 4.
홍상수의 영화 홍상수는 한국에서 대중의 인기를 누리는 감독도 아니며, 블록버스터급의 영화를 만드는 감독도 아니다. 도리어 그는 여배우와 바람이 나서 가정을 버린 감독, 이혼에도 실패한 감독으로 더 유명하다. 그럼에도 그는 작은 예산으로 꾸준히 자기 스타일의 영화를 계속 만들어, 나름 해외에서는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나는 그의 영화를 좋아하는 팬이다. 그를 잘 모르니 그의 개인적인 삶에 대하여 이러쿵저러쿵 말을 할 처지는 아니다. 그의 영화에는 비윤리적이며 비겁하고 지질한 인물이나 (주로 남자 주인공), 주저 없이 불륜에 몸을 던지는 인물들이 (여성인 경우가 많다) 등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의 영화를 들여다보면 어디선가 들어본 적이 있는 이야기 (아무개가 그랬다더라, 누구와 누구가 그런 사이라더라 등), 누구나 한.. 2020. 6.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