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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4

그리움이 되고, 슬픔이 되고 큰 아이 세일이의 생일이 3월 17일이다. 매년 생일이면 함께 밥을 먹는다. 가끔은 식당에서 먹기도 하지만, 대부분 아내가 음식을 만들어 집에서 먹곤 한다. 3월 초에 언제가 좋으냐고 물으니 요즘 바쁘다는 답이 왔었다. 지난 주말, 우편물을 가지러 왔기에 다시 물었더니 시간이 없다며 스케줄을 주욱 나열한다. 온통 아이들의 방과 후 스포츠 활동이다. 아무리 바빠도 밥은 먹을 텐데, 나하고 밥 한 끼 먹는 것이 그리 힘들까. 잠시 섭섭하다는 생각을 하다가 이것도 나의 욕심이지 하는 생각으로 바뀐다. 회사 일에, 대학원 수업, 아이들 뒤치다꺼리로 정신없이 사는데, 생일에 내가 밥 한 끼 사준다고 달라질 것은 없다. 이것도 다 나 좋자고 하는 생각일 뿐이다. 아들 생일에 잊지 않고 밥 사 주는 아빠. 생일을 기.. 2022. 3. 9.
우리 오렌지 우리 집 뒷마당에는 몇 그루의 과일나무가 있다. 아내는 겨울이 되면 나무의 가지를 잘라 주고, 봄이 되면 거름을 사다 땅을 파고 뿌려 주며, 여름내 더위와 모기와 싸우며 마당에 물을 준다. 봄에 열렸던 복숭아는 채 익기도 전에 다람쥐에게 몽땅 털렸다. 이놈들이 매일 드나들더니 어느 날 보니 하나도 남지 않았다. 작년에는 한꺼번에 모두 익어 다 먹지 못하고 설탕 조림을 만들어 냉장고에 두고 먹었는데, 금년에는 몇 알 먹지도 못하고 끝이 났다. 몇 개 안 되는 석류도 그놈들에게 빼앗겨 겨우 한 알을 건졌다. 화분에서 자라던 구아바도 열매가 열렸다. 아내는 다람쥐 눈에 띠지 않게 잘 숨겨 놓았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날 아침에 나가보더니 몽땅 사라졌다고 한다. 이제 남은 것은 작은 나무에 달린 오렌지 4개. 아.. 2021. 11. 6.
고령자의 가을 어느새 가을이 성큼 다가왔다. 며칠 전 날씨 앱을 보니 기온이 떨어진다고 해서 히터의 온도를 69도에 맞추어 놓고 잤다. 새벽에 두어 차례 히터가 돌았다. 어제는 아내가 침대의 이불을 바꾸고, 그동안 쓰던 여름용 이부자리를 세탁했다. 얼마 전까지 하늘을 향해 꼿꼿이 몸을 세우고 있던 뒷마당 나무의 잎사귀들도 모두 아래로 고개를 떨구고 울긋불긋 가을색으로 물들어 간다. 성급한 놈들은 벌써 떨어져 바닥을 뒹굴고 있다. 아침에 카이저 보험에서 부스터 샷을 예약하라는 이-메일이 왔다. 내게만 오고 나보다 나이가 어린 아내에게는 오지 않았다. 신문을 펼치니, 65세 이상의 고령자부터 먼저 놓아준다는 기사가 실려 있다. 그럼 내가 고령자란 말인가? 나보다 몇 살 아래인 한국의 지인은 얼마 전에 “아버님” 소리를 들.. 2021. 10. 31.
시 같은 영화 아마존이 만든 영화 ‘패터슨’(Paterson)을 보았다. 제목 패터슨은 주인공 (아담 드라이버)의 이름이며 그가 사는 소도시의 이름이기도 하다. 뉴저지의 작은 도시 패터슨에서 태어나 자란 그는 시내버스 운전사다. 그에게는 인도계 여자인 아내가 있다. 영화는 일주일 동안 그들에게 벌어지는 일을 보여 준다. 패터슨은 아침에 눈을 뜨면 침대 옆 탁자에 놓인 손목시계로 시간을 확인한다. 그는 6시 10분 경이면 어김없이 눈을 뜬다. 월요일 아침 눈을 뜬 그는 손목시계를 집어 시간을 확인한 후 왼쪽 손목에 시계를 차고, 잠들어 있는 아내에게 입맞춤을 한 후, 어제저녁에 꺼내 놓은 옷을 들고 씻으러 간다. 아침으로는 시리얼을 먹고, 아내가 싸 놓은 도시락을 들고 집 근처 차고로 출근을 한다. 배차원이 와서 출발시.. 2021. 8.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