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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3

오해 오해는 크리스마스 며칠 전 우리 집 문 앞에 놓여 있던 레몬 한 봉지로 시작되었다. 외출에서 돌아오니 아마존 배달 상자 위에 갓 딴 것 같은 싱싱한 레몬이 한 봉지 놓여 있었다. 잠시 후, 아내와 나는 2년 전 이사 온 옆집 부부가 준 것이라는데 의견의 일치를 보았다. 우리 집 왼쪽 옆집에는 ‘와니타’ 할머니가 살고 있었다. 그 집 뒷마당에는 커다란 레몬나무가 있어 매년 몇 차례 레몬을 얻어먹곤 했었다. 아내는 그 레몬을 썰어 설탕에 재워 놓았다가 레모네이드를 만들기도 하고, 즙을 내어 화장수를 만들어 얼굴에 바르기도 했다. 와니타 할머니와는 크리스마스가 되면 선물도 주고받았다. 2년 전, 할머니는 집을 팔고 타주에 사는 딸네 곁으로 갔고, 그 집에는 중년의 부부가 이사를 왔다. 그동안 오며 가며 인사만.. 2024. 1. 20.
안녕 주정뱅이 권여선의 소설집 ‘안녕 주정뱅이’에 실린 소설들의 공통점은 술이다. 주인공들은 모두 술을 마시며 이야기를 풀어낸다. 독특한 발상이라는 생각을 하다가 당연한 일이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소설이란 결국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닌가. WHO 가 2011년 발표한 국가별 알코올 섭취 순위를 보면 한국은 성인 한 명당 14.8리터로 188개 회원국 중 13위였다. 한국에서는 와인이나 맥주보다는 알코올 함량이 상대적으로 높은 증류수 (소주)를 선호하며 증류수의 소비량은 세계에서 가장 높다고 한다. 2017년 소주 판매량은 총 36억 병으로, 국민 1인당 70병의 소주를 마신 셈이다. 이곳 미국에서도 코로나 이전 한인타운의 국밥이나 족발집에서 점심시간에 소주잔을 기울이는 테이블이나 빈 국.. 2020. 12. 17.
상자 속의 초콜릿 얼마 전의 일이다. 그날은 여느 때보다 출근이 조금 늦었다. 서둘러 사무실에 들어서니 책상 위에 낯선 상자가 하나 놓여 있었다. 따로 포장을 한 것도 아니고 누가 보냈다는 쪽지 따위도 붙어있지 않았다. 직원들 중에는 휴가를 다녀오며 작은 기념품을 사 와 나누어주는 이들이 더러 있다. 궁금한 마음으로 열어보니 라스 베이거스의 화려한 야경이 새겨진 문진이었다. 그날 나는 반나절이나 걸려 내게 선물을 사다준 사람을 찾아냈다. 6층에 근무하는 여직원이 언니와 함께 라스베이거스에 다녀온다던 말이 생각이 났다. 감사의 인사를 이메일로 보냈더니 오후에 답이 왔다. 그제야 겨우 궁금증이 풀렸다. 내가 기억하고 있는 가장 오래된 선물은 크리스마스 때 부모님께 받았던 일기장과 볼펜이었다. 상당히 고급 일기장이었던 것으로 .. 2020. 7.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