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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독2

당신 얼굴 앞에서 ‘홍상수’ 영화의 매력이라면, 영화가 단편소설 같다는 점이 아닐까 싶다. 그의 영화에 나오는 주인공들은 나와 내 이웃의 모습을 하고 있다. 애처롭고 애잔하기도 하지만, 가끔은 지질하고 위선적이며 가식적이기도 하다. 영화 ‘당신 얼굴 앞에서’는 미국에서 잠시 귀국한 왕년의 여배우 ‘상옥’(이혜영)의 하루를 그린 작품이다. 상옥이 여동생 ‘정옥’(조윤희)의 아파트 소파에 앉아 메모를 끼적이며 하루를 시작한다. 잠에서 깬 정옥이 언니를 데리고 맛있는 토스트를 파는 카페에 가서 아침을 먹는다. 두 사람이 커피를 마시며 나누는 대화에서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 자매가 한동안 연락을 하지 않고 살았으며, 정옥이 미국에서 주류 판매점을 운영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날 오후, 상옥은 만나자고 몇 번 전화를 해 온 영화.. 2023. 9. 17.
해변의 여인 홍상수 감독의 2006년 영화 ‘해변의 여인’을 보았다. 나는 홍상수의 팬이다. 그의 영화에는 특별한 이야기는 없고, 무책임하고 나태하며 도덕적으로 해이한 사람들이 자주 등장한다. 아마도 바로 그런 점이 그가 만드는 영화의 매력이 아닌가 싶다. 그의 영화에는 주변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일들이 자주 등장한다. 주인공들이 나누는 대화도 한 번쯤은 들어본, 언젠가 나도 해본 말들이다. 지질한 영화감독들이 자주 등장한다. 이런 감독들은 후배나 친구의 여자를, 길에서 마주친 여자를 탐한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녀들은 쉽게 그들의 품에 안긴다. 누구나 한 번쯤은 마음에 품었을 환상을 그는 거침없이 영화의 소재로 삼는다. 이 영화도 다르지 않다. 후배 커플과 함께 여행을 떠난 영화감독 ‘중래’는 후배의 여자 친.. 2022. 1.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