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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필4

연필로 쓰기 작가 ‘김훈’은 48년 생으로 나보다 7살 나이가 많다. 그 정도면 같은 세대라고 할 수 있다. 그의 산문집 ‘연필로 쓰기’를 읽으며 그동안 잊고 지내던 시절을 잠시 뒤돌아 보게 되었다. 나만해도 벌써 20여 년 전부터 컴퓨터로 글을 쓰고 있다. 하지만 그는 아직도 원고지에 연필로 쓰기를 고집한다. 그래서 그런지 그의 글에서는 아날로그 냄새가 물씬 풍긴다. 약간은 낡고 헌 것 같은 분위기지만 대신 여유가 있고 사람의 냄새가 난다. 그는 서울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명절이 되면 남들은 고향으로 가지만 그는 찾아갈 고향이 따로 없다. 나도 그랬다. 아버지가 단신 월남한 실향민이라 친척도 별로 없었다. 아버지의 외사촌과 외숙모가 홍제동에 살았는데, 설이 되면 아버지는 동생을 데리고 그 집으로 세배를 같다. 그 .. 2022. 12. 15.
겁내지 않고 그림 그리는 법 스케치 요령을 배우려고 유튜브를 찾아보다가 우연이 ‘이연’이라는 화가를 알게 되었다. 연필을 종이에서 떼지 않고, 잘못된 선을 지우지도 않고, 몇 번 쓱쓱 하면 멋진 작품을 만들어 내는 그녀의 솜씨에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게다가 그림을 그리며 이야기를 하는데, 제법 내공이 있는 이야기를 한다. 알라딘 중고 책방에서 책을 찾다가 그녀의 책 ‘겁내지 않고 그림 그리는 법’을 발견하곤 주저 없이 주문했다. 책의 내용은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다소 차이가 있었다. 나는 그림 그리는 요령(테크닉)을 가르쳐 주는 책이려니 생각했었는데, 에세이 집이다. 그림을 주제로 쓴 에세이니 만큼 그림 공부에 도움이 될 만한 내용도 들어 있다. 하지만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작가는 인생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녀는 이제 30살이.. 2022. 5. 14.
Drawing I (1) 내 나이 13-14살 중학생 나이쯤 되었을 때의 일이다. 아버지는 내게 장래 직업이 될만한 기술을 가르쳐야겠다고 생각하셨던 모양이다. 하루는 내게 시계수리와 그림 중 어느 것을 배우고 싶으냐고 물었다. 그림쟁이는 밥 먹고 살기 어렵다고 들은 것이 있어, 시계수리를 배우겠노라고 했다. 아버지도 그 답을 기대하셨던 모양이다. 얼마 후 길 건너 시계 수리점의 주인에게서 시계수리를 배우기 시작했다. 난 시계수리에 재미를 붙이지 못했고, 소아마비로 왼쪽 엄지손가락을 잘 쓰지 못해 정교한 작업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결국 시계수리 공부는 몇 달 후 흐지부지 되고 말았다. 그때 아버지에게 그림 공부를 하겠다고 말하지 못한 것을 두고두고 후회했다. 나이가 들고 시간의 여유가 생기자 그림 공부에 대한 욕구가 다시 생겨.. 2022. 4. 18.
대학에 입학했다 40년 만에 다시 대학에 입학했다. 아내는 미국에 와서 그림을 공부했다. 지금은 조카아이들 뒷바라지하느라 잠시 손을 놓고 있지만, 여러 해 동안 착실히 대학에서 수업을 들었다. 학교 전시회에도 여러 번 참여했다. 집에는 아내가 그린 그림이 여기저기 걸려 있고, 차고에는 한쪽 벽면에 그림 캔버스가 가득하다. 그런 아내를 보며 나도 그림을 배워보고 싶었다. 물감으로 그리는 그림(painting) 말고, 연필이나 펜으로 쓱쓱 그리는 그림(sketch/drawing)을 그리고 싶었다. 내가 쓰는 글에 어울리는 스케치를 하고 싶었다. 1년 전쯤의 일이다. 화가가 될 것도 아니고 스케치 정도는 혼자 독학으로 연습을 많이 하면 되겠지 하는 안일한 생각으로 아마존에서 참고서적과 스케치 도구를 구입했다. 매일 한 시간 .. 2022. 2.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