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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4

마사지 놀이 내 또래 (60대)의 독자들이라면 대부분 어려서 조부모의 등을 긁어드린 기억이 있을 것이다. 대나무를 깎아 만든 효자손도 있지만 어찌 손주 녀석의 따스한 손과 비교할 수 있으랴. 여름보다는 겨울, 낮보다는 밤에 할아버지나 할머니는 “아무개야, 등 좀 긁어다오” 하며 윗옷을 걷어 올리곤 했다. 겨울이 되면 날씨가 건조해져 수분이 부족하고 노화현상으로 피하지방이 줄어든 노인의 피부가 가려웠을 것이다. 등 긁기에는 깎은 지 며칠 지나 적당한 길이로 자란 손톱이 좋다. 길면 자칫 피부에 상처가 나고, 짧으면 등을 긁는 효과가 나지 않는다. 손주가 여럿이라도 가려운 곳을 골라 잘 긁는 놈이 있는가 하면, 도무지 마음에 들지 않는 놈도 있다. 등을 잘 긁고 나면 할머니는 장롱에 숨겨 두었던 사탕이나 과자를 슬쩍 집.. 2023. 1. 14.
오, 윌리엄! ‘오, 윌리엄!’(Oh, William!) 은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 소설 ‘내 이름은 루시 버튼’의 후속 편이다. 1956년생인 스트라우트는 미국 메인 주 포틀랜드에서 태어나, 메인 주와 뉴햄프셔의 작은 마을에서 자랐다. 이런 작은 마을에 사는 사람들의 삶을 적나라하게 잘 그리고 있다. 자전적 이야기 같기도 하고, 가족이나 이웃의 이야기 같기도 하다. 윌리엄은 루시의 첫 번째 남편이다. 두 사람은 이혼한 후, 각자 재혼, 윌리암은 세 번, 후에도 좋은 관계를 이어간다. 그들의 배우자들도 이런 관계에 별 거부감이 없다. 루시의 두 번째 남편이 사망했을 때, 윌리엄이 뒷일을 처리해 주었다. 루시는 그의 재혼한 부인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한다. 두 사람의 관계는 이혼 후 더 돈독해진다. 요즘은 어떤지 모르.. 2022. 2. 7.
졸혼, 생각해 보셨나요? 어떤 연예인이 '졸혼'을 했다는 소식 이후, 한국에서는 졸혼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고 들었다. '졸혼' 이란 나이 든 부부가 이혼하지 않으면서도 각자 자신의 남은 여생을 자유롭게 살며 즐기기 위해 선택하는 새로운 노부부의 생활방식이다. 황혼이혼과 달리 졸혼은 법적으로 이혼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각자 삶을 위해서 별거하거나 동거를 하더라도 일절 그 사람의 삶에 개입하지 않는 결혼생활을 말한다. 그러나 말이 좋아 졸혼이지 결국은 이혼의 전 단계가 아닌가 싶다. 내가 사는 밸리는 1950년대 베이비 붐이 한창 시작될 때 형성된 동네라 대부분의 집들이 환갑을 넘기고 있다. 같은 나이라도 보존 상태는 모두 다르다. 거의 새집과 다름없는 집이 있는가 하면, 곧 무너져 내릴 듯 형편없는 집들도 있다. 요즘은 아예 .. 2020. 6. 30.
대화가 필요해 어떤 부부가 차를 타고 여행을 하고 있었다. 다음 출구에 휴게소가 있다는 안내판이 나오자, 아내가 남편에게 물었다. “여보, 당신 커피 마시고 싶지 않아요?” 잠시 생각을 하던 남편이, “아니, 생각이 없는데.” 하고는 출구를 지나쳐 계속 차를 몰았다. 잠시 후, 차 안에 냉랭한 기류가 흐르는 것을 감지한 남편이 아내에게 물었다. “여보, 내가 뭐 잘못한 것이 있소?” 아내가 대답했다. “내가 커피가 마시고 싶다고 했는데 들은 척도 않고 휴게소를 지나왔잖아요.” 어떤 모임에서 들은 이야기다. 남편의 입장인 나로서는 뒤통수를 맞는 느낌이다. 커피가 마시고 싶으면 마시고 싶다고 하면 될 것이고, 무엇이 갖고 싶으면 사달라면 될 것을, 아리송한 태도로 남자들을 헷갈리게 하는 여자들의 마음을 도무지 이해하기 힘.. 2020. 6. 27.